22일 경주 재무장관회의…'환율중재' 시험대에 올라

G20 서울 정상회의 D-21
尹재정 "환율 적극 조정" 의지…첫날 세션부터 본격 논의 나서
뾰족한 카드 없고 민감한 사안, 정상회의서 해법 찾을지 주목
정부가 내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신흥국들 사이에 첨예하게 불거진 환율 전쟁을 어떤 식으로 중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시험대는 22일 열리는 경주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셰쉬런(謝旭人)중국 재무장관,노다 요시코 일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가한다.

20일 기획재정부와 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각국이 제시한 여러 대안을 수렴, 의견을 조율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다.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주요국들이 첨예하게 맞붙은 환율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개발도상국이 의장을 맡으면 한계가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이나 개발이슈 등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의제들이 환율 전쟁에 묻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글로벌 불균형 의제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환율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며 "22일 열리는 G20 경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부터 환율 문제를 적극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지는 경주 재무장관회의 첫날 세션을 '세계 경제 동향 및 전망'으로 잡은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통상 첫날에는 만찬 행사만 잡지만 이번에는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 위해 세션을 넣었다.

보호무역주의를 가져올 수 있는 환율 정책을 지양하자는 '경주 선언'채택도 추진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등 위안화 절상에 성의를 보이고 있어 기대 이상으로 이야기가 잘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문제를 봉합할 수 있는 뾰쪽한 카드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 회담으로도 풀지 못하는 환율 문제를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다자간 협의체인 G20에서 해결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례화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민감한 개별국 사안을 다루지 않는 게 관례다.

정부는 글로벌 균형 관점에서 환율을 균형있게 가져가야 한다는 뜻을 담은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환율 문제의 본질과 공통점을 발견해 다음 회의에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경주 선언'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여의치 않으면 추가 조율로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만들어 낸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갈등으로 서울 정상회의가 파행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금융기구의 쿼터(지분율)이전 등 기존 이슈들을 소홀히 하면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