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대림산업, 부진한 실적이 상승랠리 발목 잡나

대림산업이 의외로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주가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올 하반기 들어 주가가 상승 랠리를 이어왔기 때문에 우려는 더 크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대체로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주가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어닝 쇼크’에 사흘째 주가 하락20일 오전 9시 57분 현재 대림산업은 전날보다 3800원(4.18%) 급락한 8만7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5일 장중 9만5600원으로 1년 신고가를 새로 쓴 뒤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약 9%의 조정을 받은 것.

이는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전일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4293억원과 70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7% 감소한 것으로,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를 무려 2000억원 가량 밑돌았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컨센서스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종종 있다. 성과급이나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은 언제 실적에 반영될 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 주택사업의 준공이 완료되면서 건축부문의 매출 공백이 예상했던 것보다 컸고, 우리 정부의 이란 제재로 일부 해외 프로젝트 공사까지 중단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와 토목 부문도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매출이 부진했으니 영업이익 또한 컨센서스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컨센서스보다 30%나 적었다. 특히 올해 내내 이익을 까먹는 주된 요인인 주택부문의 대손상각이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실적 부진은 올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은 이란에서 총 5개의 프로젝트, 금액으로는 1조2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중인데 이 공사가 최악의 경우 모두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 연구원은 “공사가 중단되면 대림산업의 올해 연간 매출이 최대 3000억원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주택 부문의 대손상각 또한 4분기 이익에 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주택 부진을 해외ㆍ유화 부문이 만회할지가 관건

이런 우려에도 불구, 아직까지 대림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긍정적 시각은 유지되고 있다. 국내 주택부문을 해외와 유화 부문이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송홍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림산업이 주택 비중을 낮추고 해외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꾸진히 추진해 왔는데, 그 결과가 내년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부문의 내년 매출이 30%를 넘어서며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또 “지금까지 주가의 할인 요인이었던 석유화학 부문도 업황이 빅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해외 부문 원가율은 3분기 기준 79.5%인데, 이는 경쟁사들이 80% 후반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것”이라며 “당분간 공격적인 수주를 진행해 원가율이 다소 상승할수 있지만 업계 최상위권의 이익률은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점쳤다.

실적 악화에 주된 요인 중 하나인 주택부문의 대손상각도 향후 문제될 게 없다는 분석이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007년 하반기와 2008년 상반기 분양한 고분양가의 대형 평형 위주의 주택”이라며 “지금까지 누적으로 총 8100억원의 관련 손실을 처리했고, 이를 통해 대부분 준공된 아파트의 손실 처리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이 기대를 갖는 해외 부문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증권사 변성진 연구원은 “해외 부문 원가율이 지난 2분기 9%포인트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신규 수주는 아직까지 5조6000억원으로 회사가 제시한 올해 연간 목표액 11조원 대비 52%에 불과하다“고 했다.

변 연구원은 “내년 대림산업의 해외 수주는 올해 대비 10% 이상 증가할 전망이나, 중동의 화공 플랜트 발주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올 4분기 이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국내 부문의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고, 해외 부문에서도 마진 하락의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대림산업의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7만9000원으로 제시, 사실상 ‘매도’할 것을 권고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