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차이나 디스카운트’는 옛 말…대부분 공모가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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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의 회계처리가 불투명해서 주가가 싸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한화나 태광산업 같은 한국 대기업도 수 천억원씩 비자금을 조성하는 판국에…”
한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마땅히 해소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중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바뀌고 있다. ‘중국 기업은 믿지 못하겠다’는 건 예전 시각이다. 최근 큰 돈을 굴리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의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이 국내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까.
◆중국기업 중 80% 공모가 회복
20일 증시에서는 중국 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5분 현재 중국원양자원이 전날보다 840원(8.56%) 급등한 1만65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차이나킹(7.98%) 차이나그레이트(5.80%) 이스트아시아스포츠(5.15%) 중국엔진집단(4.83%) 중국식품포장(4.12%) 3노드디지탈(3.68%) 성융광전투(3.23%) 등이 동반 강세다. 중국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비단 이날 뿐만이 아니다. 마그네슘 광산을 보유한 3노드디지탈의 경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이달 들어 80%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차이나킹은 지난 5월 25일 222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다섯달 만에 80% 가까이 올랐다. 이밖에 차이나하오란 성융광전투 중국원양자원 등도 이달 들어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IPO(기업공개) 당시의 공모가를 회복했다.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었던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장본인 연합과기 등을 제외한 11곳이 공모가보다 높게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중국 상장기업이 총 14곳인 것을 감안하면 78.5%에 이른다. 올 초에는 이 비율이 채 50%가 안됐다.
◆가치주 펀드 양대 산맥, 중국株 대량 매집중국주의 상승세는 최근 가치주 투자를 지향하는 기관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가치주 펀드 ‘신영마라톤주식형’으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은 전일 차이나하오란 지분 5.13%(205만108주)를 보유중이라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달 들어 지분을 빠르게 확대한 결과다. 이 자산운용사는 3노드디지탈 지분 5.59%(322만1365주)와 이스트아시아스포츠(동아체육용품) 지분 5%(115만115주)를 보유중이기도 하다.
신영자산운용과 가치주 펀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지난 9월 초 이스타아시아스포츠 지분 5.31%(122만653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치주 펀드들이 이처럼 중국 기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 회계처리 불신이었는데, 한번 사면 오래 주식을 들고 가는 이들 펀드들조차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믿을만 하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자한 중국 기업의 공장을 탐방하고 CEO(최고경영자)도 몇 차례 만나본 결과 신뢰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기회가 오면 중국 기업 주식을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中 내수소비 수혜주 대안으로 '부각'
신뢰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중국기업 주식은 싸다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공모가를 회복했지만 중국엔진집단 차이나킹 등은 공모가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상장 이후 매출액 등 외형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내수소비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중국은 최근 내수 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의 경제분야 의최대 화두는 포용성 성장(Inclusive growth)이었다.
빈부격차,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그동안 이룬 부를 국민 모두가 같이 누리게 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중국인의 구매력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중국 내수소비에 민감한 국내 상장 중국기업의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소비주로 오리온 CJ CGV 아모레퍼시픽 락앤락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주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 본부장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중국 기업은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 10곳의 IPO IR(기업설명회)을 대행한 밸류CNI의 임규양 이사는 “최근 매일같이 2~3곳의 기관 IR 미팅이 있을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면서 “각 회사 CEO들도 주가가 더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중국주의 추가 상승여력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한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마땅히 해소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중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바뀌고 있다. ‘중국 기업은 믿지 못하겠다’는 건 예전 시각이다. 최근 큰 돈을 굴리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의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이 국내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까.
◆중국기업 중 80% 공모가 회복
20일 증시에서는 중국 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5분 현재 중국원양자원이 전날보다 840원(8.56%) 급등한 1만65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 차이나킹(7.98%) 차이나그레이트(5.80%) 이스트아시아스포츠(5.15%) 중국엔진집단(4.83%) 중국식품포장(4.12%) 3노드디지탈(3.68%) 성융광전투(3.23%) 등이 동반 강세다. 중국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비단 이날 뿐만이 아니다. 마그네슘 광산을 보유한 3노드디지탈의 경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이달 들어 80%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차이나킹은 지난 5월 25일 222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다섯달 만에 80% 가까이 올랐다. 이밖에 차이나하오란 성융광전투 중국원양자원 등도 이달 들어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IPO(기업공개) 당시의 공모가를 회복했다.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었던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장본인 연합과기 등을 제외한 11곳이 공모가보다 높게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중국 상장기업이 총 14곳인 것을 감안하면 78.5%에 이른다. 올 초에는 이 비율이 채 50%가 안됐다.
◆가치주 펀드 양대 산맥, 중국株 대량 매집중국주의 상승세는 최근 가치주 투자를 지향하는 기관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가치주 펀드 ‘신영마라톤주식형’으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은 전일 차이나하오란 지분 5.13%(205만108주)를 보유중이라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달 들어 지분을 빠르게 확대한 결과다. 이 자산운용사는 3노드디지탈 지분 5.59%(322만1365주)와 이스트아시아스포츠(동아체육용품) 지분 5%(115만115주)를 보유중이기도 하다.
신영자산운용과 가치주 펀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지난 9월 초 이스타아시아스포츠 지분 5.31%(122만653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치주 펀드들이 이처럼 중국 기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 회계처리 불신이었는데, 한번 사면 오래 주식을 들고 가는 이들 펀드들조차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믿을만 하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자한 중국 기업의 공장을 탐방하고 CEO(최고경영자)도 몇 차례 만나본 결과 신뢰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기회가 오면 중국 기업 주식을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中 내수소비 수혜주 대안으로 '부각'
신뢰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중국기업 주식은 싸다는 인식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공모가를 회복했지만 중국엔진집단 차이나킹 등은 공모가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상장 이후 매출액 등 외형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내수소비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중국은 최근 내수 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의 경제분야 의최대 화두는 포용성 성장(Inclusive growth)이었다.
빈부격차,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그동안 이룬 부를 국민 모두가 같이 누리게 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중국인의 구매력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중국 내수소비에 민감한 국내 상장 중국기업의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소비주로 오리온 CJ CGV 아모레퍼시픽 락앤락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주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 본부장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중국 기업은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 10곳의 IPO IR(기업설명회)을 대행한 밸류CNI의 임규양 이사는 “최근 매일같이 2~3곳의 기관 IR 미팅이 있을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면서 “각 회사 CEO들도 주가가 더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중국주의 추가 상승여력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