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D-20] 쏟아지는 환율전쟁 해법…시각차 뚜렷해 합의까진 먼 길

경주 재무장관 회의 22일 개막…'경주선언' 나올까

경상수지 목표제 : 경상흑자 일정한 타깃 제시…美 선호, 中 동의해야 가능
패키지 딜 : IMF개혁-환율 일괄 타결…지분 줄어드는 유럽 반발

22일 경주에서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환율전쟁의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을까.

회원국 간 이견이 첨예해 서로 줄다리기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일부에선 극적 타협을 통해 '경주 선언'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상수지 목표제' 대안으로 부상

최근 들어 환율전쟁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 목표제'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통화 가치 절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재무장관들이 분명한 약속을 하길 원한다"며 "이를 위한 가능한 수단으로 경상수지 목표제(current account target)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20 경주 재무장관회의와 서울 정상회의에서 이런 문제를 핵심의제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중국 등 무역흑자국들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가 도출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경상흑자 비중을 낮추려면 위안화를 절상하거나 수출 보조금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위안화 절상을 반대해온 중국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목표제를 권고하는 정도로 수위를 낮추거나 각국이 무역불균형을 축소하는 데 적극 노력하자는 수준의 원칙적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백가쟁명식 해법논의

이 외에도 환율전쟁을 풀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회원국들 사이에 제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패키지 딜'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혁'과 환율문제를 결부시켜 한꺼번에 처리하면 어떠하냐는 것이다. IMF 개혁에서 핵심은 회원국 간 쿼터(지분율) 조정인데,현재로선 과다 보유국인 유럽 국가들의 지분율을 낮추고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국 쿼터를 높이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중국에 IMF 지분율을 더 높여주는 조건으로 위안화 절상 관련 양보를 얻어내는 식의 일괄 타결을 보자는 것이 패키지 딜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IMF 지분 감소를 우려하는 유럽국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환율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문제인데,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유럽국들을 희생시키려 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신(新)브래디 플랜'도 거론되고 있다. 브래디 플랜은 1980년대 말 중남미 국가들이 부채에 허덕이고 있을 때 채권국인 미국 등이 부채의 일부분을 탕감해주고 나머지는 중남미 국가들이 발행한 장기 채권을 보유해 서서히 상환받도록 한 것이다. 이를 적용해 과도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의 부채를 중국 등 세계 채권국들이 일부 탕감해주자는 것이 '신 브래디 플랜'의 골자다. 미국의 부채가 누적돼 환율전쟁이 격화하면 모든 나라가 피해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자는 취지다.

◆서울 정상회의로 넘어갈 가능성도갖가지 해법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해 당사국 간 의견차가 워낙 크고,G20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풀려는 노력도 눈에 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긴급 현안이 생기면 G20을 주도하는 스티어링그룹(운영그룹) 멤버 5개국(한국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이 사전에 모여 의견을 충분히 조율한 뒤 몇 가지 해법을 마련,전체회의에서 논의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율문제와 관련된 사전 조율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21일 재무차관 · 중앙은행 부총재 회의가 열렸으나 환율문제 해법에 각국 의견이 오갔을 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합의된 결론이 나오지 않더라도 회원국 간 최소한의 공통 분모를 이끌어내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원만히 논의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jtchung@hankyung.com
◆ 경상수지 목표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경상수지 흑자 비중에 일정한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제도다. 과도한 흑자를 내는 국가는 흑자 비율을 낮추고 적자국들은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GDP에서 경상흑자 비중이 8%에 달하는 중국이 이를 낮추면 주요 무역상대국인 미국은 경상적자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