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키운 한국 디자인 파워에 日 '깜짝'

日 최대 공모전 한국인 3명 입상…2명이 삼성디자인학교 출신
"디자인에서도 한국의 힘이 느껴진다. 일본도 이에 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일본 유명 디자이너 호리하타 히로유키가 최근 일본 최대규모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 '2010 뉴디자이너 패션 그랜드 프릭스' 시상식장에서 한 말이다. 공모전 입상자 30명중 3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행사에 참석했던 국내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그는 "출품작 가운데 우수 작품을 추린 후 한국 학생이 꽤 많아진 것을 보니 한국 패션산업에 대한 열의를 알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본 최대의 패션업체인 '온워드 카시야마'가 1984년부터 진행해온 이 세계적 패션쇼에서 그동안 한국인 입상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디자인 격차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 입상하는 것 자체가 디자이너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어 경쟁도 치열했다. 이번 공모전에도 전 세계 51개국에서 1만1000여점이 출품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SADI(삼성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이한철씨가 남성복 부문 우수상(전체 2위)을 받았다. SADI 재학생인 홍은진씨도 가작을 수상했다. 다른 한 명의 입상자는 건국대를 졸업한 안경호씨였다. 외국인 입상자 7명 중 3명이 한국인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해외 패션디자인 공모전에서는 큰 상을 받지 못했던 SADI는 이번 대회에 2명이 입상함으로써 세계 디자인업계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명옥 SADI 패션디자인학과 학과장은 "SADI 특유의 강도 높고 체계적인 교육 효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SADI는 "디자인이 앞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학벌에 좌우되지 않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설립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1995년 설립됐다. 3년제인 SADI는 정식학력을 인정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강사진과 실무중심의 수업 등으로 국내에서는 최고의 디자인교육기관으로 발돋움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