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살찌우는 가을] 엠퍼러‥'帝政 로마' 를 이끈 카이사르…포용ㆍ막강 추진력의 리더십

격변의 시대 헤쳐나간
영웅의 품성과 업적…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 가미
정치가ㆍ경영자에 귀감

약 2000년 전 로마의 공화정 시대를 마감하고 거대 제정 시대의 문을 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물 7인' 명단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유는 그가 단순히 과거의 훌륭한 군사 지휘관이나 전략가,정치가로만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카이사르가 보여준 포용과 막강한 추진력이 결합된 리더십,식민 · 간척 · 항만 · 도로건설 등 로마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여러 사회정책(소프트웨어)들이 오늘날 정치가와 정책 결정권자,기업의 경영자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전 6권으로 구성된 《엠퍼러》는 카이사르의 전 생애를 다룬 소설이다. 부유한 원로원 의원의 아들로 태어난 율리우스(카이사르)와 창녀의 아들 마르쿠스(부르투스의 이름)는 절친한 친구로 성장한다. 젊은 카이사르는 육지와 바다에서 적들을 물리치고 전투로 단련된 지도자로 성장한다. 해외 전쟁터에서도 용맹을 떨치며 짧은 기간 안에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된다.

기원전 1세기 경 로마의 불안정한 정치판에 뛰어든 그는 로마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폼페이우스,프라수스와 함께 첫 삼두 정치에 나선다. 갈리아를 평정하고 영국해협을 건너 브리튼을 침공하는 등 로마가 도시 국가에서 세계 제국으로 뻗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훗날 적으로 돌아서는 폼페이우스와의 내전이나 이집트의 왕권 다툼에 말려들며 클레오파트라와 만나 아들을 낳게 되는 사건 등은 생생하고 흥미롭다.

《엠퍼러》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이다. 카이사르스의 절친한 친구로 설정된 브루투스는 사실 그보다 열다섯 살 정도나 어리다. 카이사르의 첫 번째 적인 독재관 술라는 카이사르의 부인을 강간한 일로 암살당하지만 실제로는 천수를 누리다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각 권의 말미에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밝혀두며 이런 몇 가지 역사적인 왜곡이 의도된 장치라고 설명한다. 격변의 시대를 온 몸으로 헤쳐나간 영웅의 품성과 업적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특히 협력과 배신 속에서도 카이사르가 보여준 관용정신이 돋보인다. 일각에서는 '교활한 관용'이라고도 폄하하지만 카이사르는 자신에게 칼을 겨눈 자들을 용서하고 관직을 맡길 만큼 배포가 컸다.

피 튀기는 검투사들의 격투 장면,위대한 제국을 완성한 로마의 전쟁사,"브루투스,너마저!" "주사위는 던져졌다""왔노라,보았노라,이겼노라!'등 후세에 남겨진 카이사르의 명언 등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문혜정 기자 selenmoob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