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D-17] 극심한 국가간 자본유출입 줄어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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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경주 빅딜'…원화가치는 상승 가능성중국처럼 경상수지 과다흑자국은 자산 가격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는 게 보통이다. 반면 경상수지 과다적자국은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져 투자수익면에서 두 국가 간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 것이 관례다. 최근처럼 국가 간 금리 차와 환차익이 중시돼 자금 이동이 심해지는 여건에서는 각종 자금이 경상수지 과다적자국에서 과다흑자국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은 과다한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거시경제정책 운용이 제한되고 자산 부문의 거품이 심하게 발생해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대부분 적자국들은 과다한 자본 유출로 거시경제정책 운용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자산가격 폭락으로 실물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지는 것이 이미 정형화된 사실이다.
각국이 이번 합의 사항을 이행해 나간다면 경상수지 과다흑자국과 과다적자국 간의 통화 가치와 금리 차가 줄어 이들 국가 간에 극심한 자본 유출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각국의 자본이 본국으로 돌아와 금융이 실물에 보다 충실해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경상수지 관리제 도입으로 의장국인 한국과 함께 미국이 최대 승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또 하나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이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의결권인 쿼터 재조정이다. 이번 합의대로 신흥국의 쿼터가 확대돼 의결권이 강화될 경우 위기 이후 새로운 '준거의 틀'을 만드는 국제규범은 신흥국들의 이익이 보다 많이 반영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 미국과 선진 7개국(G7)이 주도했던 국제규범과 크게 달라 앞으로 전개되는 세계경제 질서는 종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구별되는 '뉴 노멀(new normal)'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이번 G20회의에 따라 원 · 달러 환율은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합의로 인해 정부의 개입 여지가 줄어들었다.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 정부는 그간 쏠림현상 방지를 위해 시장에 종종 개입해 왔는데 앞으로는 그럴 여지가 감소할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G20 의장국으로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고 봐야 한다. 다만 원 · 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 과세 여부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인 데다 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결정할 양적완화 규모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