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상상력·즐거움 나눠주는 게 미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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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화랑 오페라갤러리 3주년…권기찬 회장
피카소 등 세계 거장 소개에 보람…해외 출장 땐 꼭 미술관 찾아
11월 3일부터 젠켈·에메레展
국내 굴지의 수입 명품 의류업체인 웨어펀인터내셔널의 권기찬 회장(60)은 미술과 패션의 공통점을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펀(fun)경영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그림이든 옷이든 '신나게 독창적으로 즐기라'는 펀 메시지로 고객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것.웨어펀의 하우스 카피를 '더 하우스 오브 컬처 앤 펀(the house of culture and fun · 문화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 회장은 패션이 사람들에게 입는 즐거움(웨어펀 · wear+fun)을 주는 것이라면 미술은 보는 재미(시펀 · see+fun)를 나눠주는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2007년 7월 다국적 화랑체인인 오페라갤러리와 합작투자 형식으로 오페라갤러리코리아를 설립,그해 10월31일 오페라갤러리 서울점을 청담동에 열었다. "미술을 통해 여유와 편안함,뭔가 색다른 재미를 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지난 3년 동안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관람객들이 피카소와 르누아르,고갱,샤갈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하는 보람을 느껴요.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생경한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도 보람을 얻었고요. "
오페라갤러리는 해외 미술을 실시간으로 국내에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이 안목을 높일 기회를 제공한다. 또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유명 작가들의 명화를 파리나 뉴욕에서 거래되는 동일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가 적잖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21세기 기업 경영에서 미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지식이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기업인들이 디자인과 미,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문화는 지식 비즈니스에서 정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18조원의 매출을 올린 영화 '아바타'는 아이디어,지식 하나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봐요. "그가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다. 미술도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처럼 사람들에게 문화를 제안하고 같이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인사동에서 우연히 본 김홍련씨의 컬러풀한 작품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처음으로 여러 점을 구입했어요. 사무실에 걸어놓고 보는데 '미술이 정말 즐거움을 주는구나' 하고 느꼈죠.운보 김기창 선생의 '미인도'를 샀을 때의 짜릿함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모두 컬렉션을 시작할 때의 일이죠."
미술에 대한 관심은 미국 · 유럽 등 외국 출장에서도 계속됐다. 외국 작가들의 다채로운 색과 도안에 관심이 많아 지금도 출장 때마다 미술관을 찾는다. 마네 · 고갱 등의 그림은 우리의 전통 그림과 많이 달라 화집을 사서 보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외국 작품을 모으다 오페라갤러리의 질디앙 회장과 친구가 됐고,사업도 같이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해외 유명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국내 작가를 앤디 워홀에 버금갈 정도의 월드 아티스트로 키울 생각입니다. 그동안 권기수씨를 비롯해 이동욱 · 배준성 · 임태규 · 김창영씨 등을 유럽 시장에 소개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국내 작가에게 뉴욕 · 파리 등 해외 11개 오페라 갤러리 체인점을 통해 더 많은 해외 전시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이동욱씨는 오페라갤러리 전속 작가로 선정했고요. "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물어 회사의 활력도 북돋우고 있다. 청담동 사옥 지하 1층에는 회사 임직원들이 감상할 수 있는 '아트 사랑방'을 꾸몄다. 여기에선 자신이 모은 그림 350여점을 보여주며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예술적 가치가 담긴 명품을 파는 기분을 느끼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권 회장은 또 조만간 경기도 안성에 양로원과 미술관을 세워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에게 즐거운 문화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술사랑을 나눔으로 확산하는 것.나눔 정신은 웨어펀의 경영 목표이기도 하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권 회장은 1980년대 중반 독일 명품 브랜드 아이그너를 시작으로 겐조,소니아리키엘,베르사체 등 30여개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했다. 한국과 프랑스 간 경제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2004년 무역의 날 대통령표창,2006년 프랑스 국가공로훈장 기사장을 받았다. 오페라갤러리는 개관 3주년 기념으로 다음 달 3일부터 프랑스 캔디 조각가 젠켈과 원로 화가 에메레가 참여한 2인전을 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