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짜리 홀인원…네 번째 연장 승부 한 방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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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美PGA투어 극적 우승홀인원은 골퍼들의 꿈이자 염원이다. 100야드 이상의 먼 거리에서 볼을 곧바로 홀(지름 108㎜)에 집어넣는 일은 쉽지 않다. 유명 프로들도 마찬가지.통산 32승(국내 7승,해외 25승)을 올린 박세리는 2년 전 CN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허석호는 10회 이상 홀인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달 초 유종구는 한국오픈에서 꼴찌를 하고도 지정홀에서 홀인원을 해 1억8000만원짜리 승용차를 탔다. 기량과 행운이 겹쳐야 나온다는 홀인원은 이번 주에도 잇따라 터졌다. 조너선 버드(미국)는 미PGA투어 저스틴 팀버레이크-슈라이너스 아동병원오픈에서 결정적 순간 홀인원 한방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TPC(파71).버드는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캐머런 퍼시(호주)와 공동 선두를 이룬 후 연장전에 돌입했다.
세 선수는 연장 세 번째 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네 번째 홀인 17번홀(파3 · 길이 204야드)에 다다랐다. 날은 어둑어둑해졌다. 이들은 연장 승부를 다음 날로 순연할까 하다가 한 홀만 더 치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 홀이 17번홀이다. 먼저 버드가 티샷을 날렸다. 6번아이언으로 친 볼은 홀 앞 3m에 떨어지더니 두세 번 바운스한 후 홀로 빨려들어갔다. 그린 쪽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버드는 레어드와 퍼시가 티샷을 한 뒤에야 홀인원임을 알아차렸다. 동반자 두 명의 티샷은 모두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2001년 투어에 데뷔해 2007년 존디어클래식까지 3승을 올렸던 버드는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극적인 홀인원 덕분에 차지했다. 지난주까지 상금 랭킹 117위였던 버드는 우승상금 77만4000달러(약 8억6400만원)와 함께 2년간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버드는 "완벽한 샷이었지만 날이 어두워 홀인원이 된 줄 몰랐다. 충격적이었고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연장전에서 홀인원으로 우승이 결정된 것은 투어 사상 처음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연장전은 주로 파4나 파5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 홀인원 확률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홀인원 확률은 투어프로 3000분의 1,핸디캡 한 자릿수인 아마추어 '로 핸디캐퍼' 5000분의 1,일반 아마추어 골퍼 1만2000분의 1이다. 한 코스에 파3홀이 4개인 것을 감안하면 주말 골퍼들은 3000라운드에 한 번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