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되나

정부, 원자력 협상서 美설득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도
2014년 3월 만료되는 한 · 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양국 간 공식 협상이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1972년에 체결해 1974년 4월 개정된 한 · 미 원자력 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한정하고 우리나라가 미국의 동의없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 원전 기술을 들여오면서 '국내서만' 사용하도록 단서 조항을 붙인 것이다. 협정문 8조 F항은 '미국으로부터 인수한 특수 핵물질을 재처리하거나 그 형태나 내용에 변형을 가할 경우에는 양 당사자가 공동으로 결정해 수락하는 시설에서 재처리 또는 변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원전업계는 이 같은 '독소조항'이 36년여간 이어지면서 원전산업의 발전이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원전에 저장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는 2016년에 포화상태가 된다. 저장시설을 추가로 마련하거나 핵연료를 재가공해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저장시설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은 경제적 ·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따라서 정부는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핵연료 재처리로 추출되는 플루토늄이 바로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재처리 허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은 재처리 기술과 관련,'파이로 프로세싱(건식처리공법)'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핵연료를 전기분해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습식처리에 비해 핵물질을 무기로 전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에 미국은 파이로 프로세싱의 무기화 위험이 낮다는 점이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미국은 제3국에서 핵연료를 관리하는 '핵연료 은행'을 대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반발을 고려해 파이로 프로세싱을 의제로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별도로 양국이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공동의 타당성 연구 조건을 협의해왔으며 합의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파이로 프로세싱 공동연구를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