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경제벨트 뜬다] 한국화이바‥방탄철모ㆍ최첨단 맨홀…복합소재 선두


한국화이바(회장 조용준 · 사진)는 첨단 복합소재 분야 국내 최고 기업으로 꼽힌다. 불에 타지 않고 가벼운 차세대 신소재인 유리섬유 전문 제조업체로 1972년 출범했다. 창업자인 조용준 회장은 '독창력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복합소재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팠다. 1970년대 60만 국군의 방탄모였던 '철모'를 복합섬유 소재인 '화이바(Fiber · 방탄헬멧)'로 대체한 곳도 바로 이 회사다.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탱크의 핵심소재,레이더 기지의 레이더 돔(Dome) 같은 첨단 제품도 만들어낸다.

자동 자세제어 능력을 갖춰 곡선궤도가 많은 기존 철로에서도 고속 주행할 수 있는 철도 '틸팅차량(TTX)'이나 물 위를 달리는 비행기로 불리는 '위그(Wig)선'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이 회사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 회사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기술개발로 환경친화적 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유리섬유 복합관(GRP 파이프)이 대표적이다. 주철관이나 강관을 상수도용으로 사용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녹이 발생한다. 하수도용으로 사용할 경우 연결 부위가 부식돼 토양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운반비와 기초공사비 투자가 많이 소요돼 대체 품목의 개발이 절실했다. 한국화이바는 이 같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GRP 파이프'를 개발했다.

완벽한 누수방지는 물론 녹슬지 않고 깨끗한 'GRP 맨홀'도 내놓았다. 한국화이바가 야심작으로 개발한 이 제품은 간편한 시공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공사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맨홀은 하수관거의 50~70m 간격마다 설치돼 경사면과 유입관을 활용,배수 또는 집수 기능을 하도록 설치된다. 기존 맨홀의 단점을 보완한 GRP 맨홀은 무게가 가벼워 시공이 간편하고 누수가 없으며,내부식성이 우수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GRP 맨홀의 장점은 기존 조립식 콘크리트 맨홀 및 현장 타설식 맨홀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1.35m짜리 맨홀의 중량이 GRP는 1호가 960㎏,2호는 1650㎏인 데 반해 조립식 콘크리트는 1호가 1532㎏,2호 2042㎏이며,현장타설식은 1호가 2707㎏,2호는 3320㎏이 나간다. 특히 GRP는 방탄재,방탄철모에 사용되는 재질로 자체 탄성을 지니고 있어 내충격성이 강하다. 반면 조립식은 측벽 시공 후 누수가 발생하기 쉽고,타설식은 지속적인 충격이 가해지면 작은 균열이 커져 파괴되기 쉽다. 회사 관계자는 "GRP 맨홀은 무게가 가벼워 시공성이 좋고 누수가 없으며,내부식성을 가지는 등 오랜 기간 특별한 보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콘크리트 맨홀은 공장이나 인근 현장에서 PC로 제작해 부설이 가능하나 중량이 무거워 운반 시 파손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GRP 맨홀을 이용하고 있다. 울산시 수질보전과 관계자는 "GRP 맨홀은 터파기 후에 자재를 넣고 곧바로 매설이 가능해 공사가 쉽고 교통혼잡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좁은 농로에서 맨홀 공사를 하면 경운기가 다닐 수 없어 공기 단축이 불가피한데 GRP 맨홀은 흄관에서 콘크리트가 굳어지는 시간이 필요 없어 농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화이바는 복합소재 분야의 최고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국형 저상버스 표준모델을 개발,차량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형 저상버스는 차체를 복합소재로 제작,차량 무게를 크게 줄여 연비가 뛰어나다.

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