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ELW, 꼭 필요한 금융상품인가

금융당국이 주식워런트증권(ELW) 투자자 보호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모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별도의 계좌개설을 통해서만 ELW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일정한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ELW 투자를 허용하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

당국이 서둘러 ELW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국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ELW 투자에서 지난해 4143억원의 손실을 입는 등 2005년 ELW가 도입된 이후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봐도 지난해 ELW 시장 참가자 중 일반투자자들만 5186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뿐,증권사(1789억원) 외국인(593억원) 거래소(180억원) 소위 슈퍼메뚜기(1043억원) 등은 모두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한마디로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나머지 참여자들이 나눠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ELW는 상품 자체가 개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은 ELW를 살 수만 있을 뿐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ELW는 옵션의 일종인데 옵션가격에는 시간가치라는 거품이 포함돼 있어 매도자(발행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은 매수와 매도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하지만 ELW는 파생상품이면서도 개인에게는 매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개인들은 확률이 낮은 반쪽짜리 게임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가 공급하는 ELW 가격이 비싸더라도 그냥 사는 수밖에 없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ELW 가격은 동일 조건의 코스피200 지수옵션에 비해 14~24% 비싸다고 한다.

코스피200 지수옵션의 경우 개인투자자도 매수와 매도를 모두 할 수 있지만 이 시장에서도 개인이 지속적인 수익을 올리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공급자가 제시하는 비싼 가격에 오직 살 수밖에 없는 ELW 투자에서 개인이 손실을 입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파생상품 선진국에서 ELW가 도입되지 않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도 크다.

한국거래소는 ELW 투자로 개인들의 피해가 커지자 지난 9월 KOBA워런트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놨다. ELW에 자동손절매 기능이 들어간 것으로 투자원금 전체를 날리는 것을 막아준다는 게 거래소가 밝힌 도입 이유다. 하지만 KOBA워런트 역시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날릴 가능성이 언제든 있는데다 ELW 투자의 최대 매력인 소위 대박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품이어서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이런 불공정한 ELW에,단순히 최소 투자금액이 적고 대박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개인들이 몰려 들면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6000억원대로 세계 1위를 넘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당국은 ELW 제도 개선에 앞서 이 상품이 과연 우리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부터 해보길 바란다.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불합리한 상품이고 헤지 필요성 때문이라면 개별 주식옵션이나 주가지수 옵션으로도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가장 위험한 파생상품일 수도 있는 ELW를 일반 주식계좌를 통해 누구든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