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G20 서울회의 앞서 돌파구 찾나
입력
수정
최대 쟁점 자동차 연비 규제…예외규정 적용으로 실마리협상 타결 후 3년 넘게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 미 FTA 쟁점 타결 시한을 'G20 서울 정상회의까지'로 정해놓아 양국 협상팀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쇠고기 연령제한 폐지 요구…점진적 개방안 제시 가능성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드미트리우스 마란티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만난 데 이어 27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론 커크 USTR 대표와 회담을 갖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에 앞선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세부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 · 미 FTA의 진전을 위한 힘든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쟁점 1호는 자동차
가장 큰 쟁점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수입 확대 문제다.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미국 현지 생산 포함)는 미국 시장에서 73만5127대(시장점유율 7.1%) 팔렸으나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판매는 7368대(시장점유율 0.5%)에 그쳤다.
이 같은 불균형은 미국산 자동차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근본 원인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미국은 무역 불균형의 대표 사례로 자동차를 꼽고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부터 10인승 이하 승용 · 승합차의 평균 연비를 ℓ당 17㎞로 강화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방침은 '향후 5년 내 ℓ당 15㎞로 강화한다'는 미국 규제보다 강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정부는 "협상문 수정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문이 아닌 부속 서한 형태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간 판매 대수가 1만대 이하인 자동차 회사는 연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식의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휘발성 강한 쇠고기 문제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도 핵심 쟁점이다. FTA 협정에 들어있진 않지만 미국 측은 쇠고기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미 의회 비준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국은 '도축 당시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한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쇠고기는 FTA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008년 쇠고기 문제 때문에 '촛불시위'를 경험한 정부로선 쇠고기 시장개방 확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처지를 잘 알고 있다"며 "무리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내심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을 원하더라도 실제 협상 테이블에선 점진적 개방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급물살?한 · 미 FTA의 진행 속도를 결정할 중대 변수 중 하나는 오는 11월2일 미국 중간선거다. 한 · 미 FTA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둔다면 미 의회가 한 · 미 FTA 비준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최근 한 · 유럽연합(EU) FTA 타결 이후 미국 업계에서 '미국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G20 서울 정상회의 전에 쟁점 사안에 대한 극적 타결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실무 협의가 타결되기 위해서는 협상 결과가 양쪽 모두 수용 가능해야 한다"고 말해 협상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