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CEO 파주 총집결…'電子 재도약' 결의 다진다

27일 LG이노텍 LED 공장 준공…금융위기 때 1조원 공격적 투자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26일 경기 파주 월롱산업단지.칼바람까지 불며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자 상당수 공사장이 일손을 멈췄지만 LG이노텍 발광다이오드(LED) 공장만은 예외였다.

정문에서는 포장을 마무리하지 못한 진입로 정비에 부산했고 공장 곳곳에는 'LED가 미래다'라는 문구를 적은 대형 현수막들이 걸렸다.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7일 열릴 공장 준공식에 찾아올 손님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구본무 LG 회장(사진)을 비롯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강유식 LG 부회장,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상철 LG U+ 부회장,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 경영진이 모두 이곳을 찾는다.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도 1조원 이상을 투자,친환경 사업에서 미래를 찾는 'LG그린웨이'가 본격 가동되는 역사적인 날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LG그린웨이' 미래 밝힐 LED공장

LG그룹 리더들이 이날 파주에 모두 모이는 것은 LED사업에 대한 그룹 내부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LG는 올초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그룹 매출의 15%를 태양전지,차세대전지,차세대조명,LED 등 그린신사업에서 올리는 '그린 2020' 전략을 발표했다. LED는 그룹에서 선정한 4대 핵심 그린사업 중 두 곳과 연관이 될 만큼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선 LED 부품 분야에서 LG이노텍은 파주 생산라인 가동을 계기로 2012년 매출 1조5000억원,점유율 10%로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LED는 차세대 조명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연말 사무실용 LED 조명사업에 나설 LG전자는 파주 조명LED 생산라인에서 만든 부품을 이용해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휴대폰,TV,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자사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밀려온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LED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게 LG의 전략이다. 구본무 회장도 LED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그는 그룹 미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지난 6월 그룹 컨센서스미팅에서 "LED처럼 성장할 사업 분야에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LED 부품은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조명 분야에서는 사용 시간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련 사업을 직접 챙겼다.

◆가라앉은 시황 극복이 과제

이날 준공식이 그룹 미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행사임에도 LG이노텍은 당초 계획보다 행사 규모를 축소했다. 외부 초청인사를 김문수 경기도지사,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등 200여명으로 최소화했고,언론에도 행사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바닥으로 내려앉은 LED 시황을 감안해 준공식을 조촐히 치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주 LED공장은 준공식에 앞서 지난 5월부터 가동을 시작했지만 9월 이후 가동률은 급락했다. LED의 주요 수요처인 TV 시장이 3분기부터 침체에 빠지면서 LED 재고가 크게 늘어났고 가격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수요처인 LG전자의 부진도 부담이다. LG전자는 2분기 LED TV 판매에서 소니에 뒤처졌다. 2분기 246억원에 달했던 LG이노텍의 LED 분야 영업이익은 3분기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내려갔고 4분기에는 적자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계열사와의 협력 강화,조명 시장 새 수요처 발굴 등을 통해 LED 시황 악화에 적절히 대처하는 게 파주 LED 공장의 순항을 결정할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LED 투자는 단기 성과보다는 그린사업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중 · 장기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연말 LG전자의 차세대 조명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요처가 TV,조명 등으로 다변화돼 파주공장의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