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전곡 식품

공자(BC 551~479)는 옷에 까다로웠던 걸로 유명하다. 그 옛날에 활동하기 좋도록 오른팔 소매를 왼팔보다 짧게 만들고,안팎 옷의 색깔과 재질을 맞춰 입었다. 식사도 마찬가지.제철 음식을 고집하고 과음과 육식을 삼가고 생강을 즐겼다.

조선 태조는'왕자의 난'이후 고기반찬을 끊고,영조 또한 중년 이후 잔칫상에 술 대신 생강차 등을 올리고 쇠고기를 뺐다. 반면 세종은 밥상머리에서 책을 읽고,정조는 과 · 편식에 식후 담배까지 피웠다. 태조와 영조가 73세,82세로 장수한 반면 세종과 정조는 53세,48세로 일찍 세상을 떴을 뿐 아니라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다. DNA,성격,환경,생활태도 등.공자와 조선조 명군(名君)의 예는 그같은 요인에 더해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낸다. 먹으면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온갖 보고가 쏟아지는 가운데 통밀빵,오트밀 등 정제하지 않은 전곡(全穀 · whole grain) 식품을 섭취하면 내장지방을 줄일 수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터프츠대 니콜라 매코운 박사가 남녀 2834명의 심장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전곡 식품을 하루 세 번 이상 먹는 사람은 정제곡물 식품을 먹는 사람보다 내장지방이 평균 10%나 적더란 것이다. 내장지방은 대사증후군,고지혈증,인슐린 저항 등을 일으켜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미 · 통밀 · 귀리 등 전곡 식품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수두룩하다. 현미의 경우 매주 두 번 이상 먹으면 안 먹는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11% 감소한다(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는 것도 나왔고,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옥타코사놀 성분 덕에 심장병 · 뇌졸중 ·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내용도 있다. 백미보다 식이섬유가 9배나 많아 비만과 변비 예방에 좋고,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암 예방과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백미밥은 녹말가루를 먹는 거나 같다고 할 정도다.

전곡류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현미밥은 8시간 이상 물에 불려 지어야 하는 데다 거칠고 소화도 안된다. 세계적인 장수촌 사람들의 특징을 요약하면 느긋한 태도,활동적인 생활,가족과 이웃 사랑 그리고 소박한 밥상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면 아무거나 양껏 먹는 버릇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뭐든 이상을 느낀 뒤에 시작하면 늦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