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이보미·장수화 "퍼터 바꿨을 뿐인데"

프로들 사례로 본 퍼터 전략

때리는 스타일은 블레이드형…밀어치는 스트로크에는 말렛형
장수화(21 · 토마토저축은행)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컵 챔피언십 3일 전에 퍼터를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투바 하이브리드 투어 퍼터(라이프퍼터)의 헤드 부분에 납까지 붙여 더 무겁게 한 뒤 생애 첫 승을 기록했다.

KLPGA투어 상금 랭킹 선두 이보미(22 · 하이마트)도 이달 초 헤드 뒷부분이 반달처럼 생긴 말렛형 퍼터(오디세이)에서 일반적인 블레이드형 퍼터로 바꿨다. 2년간 써온 말렛형 퍼터가 대회 때 뭔가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상대적으로 무게가 더 나가는 말렛형 퍼터 때문에 거리 편차가 생겼다"며 "퍼터를 바꾼 뒤 기분도 전환되고 성적도 잘 나와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골퍼들도 가장 고민하는 부문이 퍼트다. 마지막 홀 박빙의 승부에서 압박감을 이겨내고 퍼트를 성공해야 우승에 다가선다. 미국PGA투어에서는 매주 20%의 선수가 퍼터를 교체한다는 통계도 있다. 퍼터의 성능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지만 골퍼들은 퍼트가 안 될 때 퍼터 탓을 하기 일쑤다.

프로들은 3~6개월에 한 번꼴로 퍼터를 바꾼다. 새로운 모델을 쓰기도 하고 기존 퍼터가 낡아서 같은 모델의 새 퍼터로 교체하기도 한다. 이지훈 캘러웨이골프 대리는 "소속 프로에게 1년에 퍼터 3개 정도를 제공한다"며 "프로들은 대회 때 평균 2개의 퍼터를 들고 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들은 대회마다 골프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린 상태나 빠르기에 맞춰 퍼터를 바꾸곤 한다. 김대현(22 · 하이트)은 2006년 출시된 모델인 오디세이 화이트 아이스ix #5를 3개월 전에 받은 오디세이 화이트 핫투어 #5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손에 익은 퍼터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배상문(24 · 키움증권)은 2008년 한국오픈 우승 이후 블레이드형의 오디세이 프로토타입 퍼터만 쓰고 있다. 서희경(24 · 하이트)은 투바 하이브리드 투어 퍼터 두 개를 갖고 대회에 출전한다. 정혜원 KJ골프 과장은 "프로들은 같은 브랜드의 다른 모델은 갖고 다녀도 여러 브랜드 제품을 바꿔 쓰는 일은 극히 드물다"며 "브랜드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회사의 제품을 병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퍼터의 샤프트 길이는 33~34인치,무게는 510~550g이다. 퍼터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헤드 모양에 따라 말렛형과 블레이드형으로 나눈다. 그린이 느리거나,먼 거리 퍼트 때 짧게 치는 경향이 있는 골퍼들에겐 헤드가 무거운 말렛형이 권장된다. 블레이드 타입(특히 T자형)의 장점은 헤드의 무게를 토(앞끝)와 힐(뒤끝)로 분산함으로써 스윗 스폿이 넓다는 것이다. 최근 신한동해오픈 때 최경주가 써서 관심을 끈 핑골프의 '스캇데일 퍼터시리즈'처럼 블레이드형과 말렛형의 장점을 조합한 퍼터도 있다. 이런 제품은 페이스 정렬과 거리 조절이 쉽다.

이광호 핑골프 부장은 "때리는(끊어치는) 퍼트를 하는 사람은 헤드 무게가 무거우면 거리 컨트롤이 힘들다"며 "때리는 스타일이면 가벼운 블레이드형,밀어치는 스트로크에는 무거운 말렛형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