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싱가포르 거래소 통합 빅딜 삐걱

[0730]‘글로벌 금융허브’를 기치로 내건 호주증권거래소(ASX)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 간 통합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호주 언론 등에 따르면 호주 야당연합(국민당·자유당) 의원들은 “외국 증권거래소에 호주의 주식시장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로 SGX의 ASX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바나비 조이스 국민당 상원의원은 “ASX가 SGX로 넘어간다면 호주의 금융허브 기능은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밥 브라운 호주 녹색당 대표는 “싱가포르는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 기본권을 짓밟는 나라” 라며 “이번 지분 인수는 SGX가 호주증권거래소를 정복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호주 정치권 뿐만 아니라 SGX의 2대 주주인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도 이번 합병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사이토 아츠시 도쿄증권거래소(TSE) 사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통합 건이 성사된다면 SGX 주식 비중이 4.99%에서 3.1%로 줄어들게 된다” 며 “일본 거래소가 국제적으로 고립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호주 정부도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현지 일간지인 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크레이그 에머슨 통상장관은 “모든 정치적 간섭과 판단을 배제하고 호주 법률과 절차에 따라 합병건을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웨인 스완 호주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이번 합병은 호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지를 기준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SX측은 그러나 양사의 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데이비드 곤스키 ASX 회장은 “글로벌 금융 허브를 완성하려면 증권거래소 규모 확대가 절실하다” 며 “SGX와의 통합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SGX는 ASX 주식 1주당 21.78달러와 함께 SGX주식 3.743주를 주는 조건으로 ASX를 인수키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인수 발표 직전 주가에 37%의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 금액이 약 83억달러(9조 4000억원)에 달한다.시가총액 기준 각각 세계 20위(SGX),11위(ASX)였던 두 거래소가 통합될 경우 단숨에 세계 5위로 뛰어오르게 돼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증권거래소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JP모건체이스는 이에대해 “양사의 합병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만큼 투자자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망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한편 양사의 통합 합의 발 표직후인 지난 25일 ASX 주가는 20% 급등했다가 정치권 반발 등의 악재가 불거지면서 하루만에 7% 급락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