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투명성 높여야 기부문화 정착

소액 정기 기부자 늘리는 게 과제, 관리능력 보여줄 때 신뢰감 얻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기부가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지,내가 왜 기부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과거에는 일부 부유층 또는 기업이 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던 기부가 최근엔 평범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익숙한 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은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 비해 10년 만에 민간 기부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그 중에서도 개인 기부는 6배 이상 늘었다. 예전엔 70% 이상을 기업 기부에 의존하던 구조적 한계에서도 벗어나 2000년을 기점으로 개인 기부로 중심축이 바뀌었고 이제는 전체 민간 기부의 65% 정도를 개인 기부가 차지하는 바람직한 구조를 갖게 됐다. 상속과 증여 과정에서의 기부 그리고 방송매체의 ARS 등을 통한 1회성 기부,그 밖의 이유로 인해 소득세 신고과정에서 누락된 부분까지 포함하면 개인 기부의 규모와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직도 개인의 기부가 종교,사회복지 분야 등 일부 공익적 사업에 치중돼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이제 우리의 기부가 규모면에서나 구성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민간의 자발적 기부활동이 양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과 관련 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나눔에 대한 교육의 확산,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조세지원 정책 등에 힘입은 결과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두 그룹의 기부자가 부족하다. 소액이지만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충성도' 높은 정기적인 기부자들이 부족하고 거액 자산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드문 형편이다.

소액의 정기적인 기부자들이 전체 기부자의 30% 정도에 지나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생전에 또는 사후에 자신이 소유한 큰 자산을 사회와 나누려는 기부자 수가 매우 적다. 소액 정기 기부자,나눔을 실천하는 자산가가 많아질 때 기부문화의 뿌리가 튼튼해진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적극적인 기부 참여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기부금을 재원으로 공익적 활동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을 운영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높은 투명성과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지키는 게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와 기부자들뿐 아니고 기부 문화가 발전한 외국에서도 다른 어느 부문에서보다 높은 투명성과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지킬 것을 비영리단체들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있어 왔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고,각 단체 스스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물론 기부 문화의 특성상 투명성을 확보하고 도덕적 기준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 기부금 단체가 충분히 잠재적 기부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의 기부자들은 기부금 단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익적 사업을 얼마나 잘 개발하고,목적 달성을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업의 목적과 자신들의 수행능력을 기부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는지를 엄밀하게 판단하고 나서 기부를 결정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기부금 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도 있고 모금과 사업을 병행하는 비영리단체도 있다. 이들 모두 좀더 다양한 계층의 더 많은 기부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투명성과 도덕성의 확보는 기초적 요건이다. 그 기초 위에 기부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특화된 사업운영 등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더해져야 한다.

박태규 < 연세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