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유동성 랠리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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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운용 터줏대감 3인방 진단
증권사에서 수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채권운용본부장들은 채권 금리가 바닥은 확인했지만 향후 오름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채권시장의 유동성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상무와 이용규 한화증권 상무보,성철현 우리투자증권 상무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장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아 한국 국채를 비롯한 비(非)달러화 자산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동문인 이들 3인방은 자리 이동이 잦은 증권사에서 1996년(성 상무는 1998년)부터 줄곧 채권운용을 담당해 온 시장 '터줏대감'들이다. 이 상무보는 "2004년 저금리가 지속될 당시엔 부동산이 호황이었고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해외 투자도 크게 늘면서 넘치는 시중 유동성을 소화해 냈지만 지금은 대체자산이 없어 저금리 기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규제 이슈로 금리가 바닥을 치기는 했지만 반등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성 상무도 "내년 평균금리는 상승하겠지만 국고채 3년물 금리 상승폭은 0.50%포인트(50bp)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현재 연 2.25%) 인상폭도 0.50~0.75%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 펀더멘털(경기)도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황보 상무는 "내년에는 수출이 줄면서 중국의 경기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도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금리가 상승보다는 하락 압력이 더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의 경주 합의로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경기 사이클이 돌아서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규제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만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예상이다. 성 상무는 "외국은행들의 선물환거래 규제도 시장에는 일시적인 충격에 그쳤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원 · 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환차익을 노린 해외 자금의 유입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3인방은 올해 채권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강세를 보이면서 내년 반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한 큰 변화는 없고 여전히 투자 기회는 남아 있다는 시각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