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민주당 "기업 후원금 다시 받겠다"

작년 총선 공약 뒤집고 재계와 거리 좁히기 나서
"기업과 소통…나라 잘되는 길" 게이단렌, 적극적으로 반겨
일본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올 들어 중단했던 기업과 단체의 정치헌금을 다시 받기로 했다. 정치헌금 중단 등으로 소원해진 기업들과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7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6일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 주재로 상임간사회를 열고, 기업과 단체의 정치헌금을 받기로 결정했다. 당의 수입을 정부의 정당교부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작년 총선 공약으로 기업 · 단체의 정치헌금 전면 금지를 내세웠다. 당시 정치자금 규정법을 바꿔 3년 후부터 기업 · 단체의 정치헌금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현재 야당과 법 개정 협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민주당은 작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이후 정치헌금을 희망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증가했지만 자숙한다는 뜻에서 지금까지 정치헌금을 받지 않았다. 그러던 민주당이 기업 · 단체의 헌금을 일정 기준을 정해 잠정적으로 받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구체적으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업 수주 계약액이 건당 1억엔(약 14억원) 미만으로 '문제'가 없는 기업 · 단체에 한해서 정치자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총선 공약을 수정하면서까지 기업들로부터 정치헌금을 받기로 한 것은 경제계에 대한 배려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기업의 정치헌금을 거부하는 대신 전통적 지지단체인 노조단체(렌고)와 밀월 관계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게이단렌 등 일본 재계단체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기업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위기감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기업 헌금을 받기로 하자 일본 재계는 반기고 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잘되게 하기 위한 정치헌금은 필요하다"며 "정치와 기업의 접점을 만드는 데 정치헌금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이단렌이 과거 자민당 정권 시절처럼 기업들의 정치헌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게이단렌은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올 3월부터 정치헌금 모금 활동을 공식 중단했다. 때문에 민주당이 정치헌금을 받더라도 게이단렌을 통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으로부터 직접 받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정치자금 문제가 국민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기업 · 단체의 정치헌금을 받기로 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도 27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당이 기업 · 단체 정치헌금 폐지법안을 내놓은 상태에서 정치헌금을 받기로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당 집행부를 비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