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대량보유 공시'는 매도 신호?

신규보유 공시 종목 하락…대량매도 공시에 되레 상승도

증시의 '큰 손' 자산운용사들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 특정 종목을 대량 매도했다고 공시하면 주가가 오르고,반대로 대량 매수했다고 발표하면 주가가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식형펀드 환매에 시달려온 운용사들의 시장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대량 매매 내역을 투자지표로 활용하는데 주의할 것을 조언한다.

◆대량보유 공시해도 주가 하락국내 중소형주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을 운용 중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은 지난 26일 장 마감 후 화승알앤에이 지분을 기존 10.27%(66만주)에서 2.34%포인트(15만주) 줄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화승알앤에이는 27일 4.18%(1300원) 상승한 3만2400원에 마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지난 22일 선진 지분을 13.45%(29만주)에서 2.31%포인트(5만주) 줄였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지만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25일 12.47% 급등했다.

반대로 운용사들이 대량으로 사들인 종목 중에는 발표 직후 주가가 오히려 내린 종목들도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25일 정보기술(IT)부품 제조업체인 케이엔더블유의 지분 5.35%(23만주)를 신규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지만,이날 케이엔더블유 주가는 1.06% 내렸다. 지난 18일에는 한국투신운용이 장 마감 후 삼성중공업 주식을 5.0%(1153만주) 보유했다고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다음 날 1.31% 내렸다. 외국계 운용사의 '매수'도 약발이 먹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은 18일 장 마감 후 IT부품업체 엘엠에스 지분을 5.68%(49만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지만 다음 날 주가는 3.66% 급락했다.

◆운용사 시장 영향력 약화

전문가들은 운용사의 대량 매매 '신호'에 아랑곳없이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외국인이 주도하는 증시에서 운용사들의 시장 영향력이 급격하게 축소된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예전엔 운용사들이 대량 매매를 하면 적어도 1~2일간은 주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공시 직후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운용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해도 투자자들은 환매가 나오면 언제든지 팔 수 있다고 생각해 오히려 수급에 부담요인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다음으로 운용사보다 자문형 랩에서 사들이는 종목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환매가 들어오면 대량 보유한 종목을 팔 수밖에 없는 데다 실제 매수한 시점과 공시 시점에는 차이가 있어 단순히 기관을 따라 사고 파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