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0] 먼델 "EU부채, 공동 책임져야"…퀘스터스 "열등생 구제 멈춰라"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의 미래

로버트 먼델 美컬럼비아대 교수
"부채는 오염과 같은 것 EU 공동 국채 발행해 부국ㆍ빈국 모두 혜택 나눠야"
빔 퀘스터스 獨 보쿰대 교수
"나라별 재정적자·부채규모 엄격하게 제한 두고 못 지키면 EU 탈퇴시켜야"
빔 퀘스터스 독일 보쿰대 교수와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특별 세션에서 상반된 해법을 제시했다. 프랑스 국적의 자크 아탈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도 토론자로 참여,유럽 위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들 세 석학은 각각 독일 미국 프랑스 출신으로 자신이 속한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상을 띠어 청중의 흥미를 이끌어 냈다.

세션의 좌장을 맡은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소개를 받아 첫 번째 연사로 나선 퀘스터스 교수는 "유럽연합(EU)이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며 "EU가 이제 이들 나라의 국채를 더 이상 사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92년 EU 창설 당시 각국이 합의했던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안정 및 성장 협약(SGP · Sustainability& Growth Pact)'이 종잇조각에 불과한 상황이 왔다"며 "EU가 이들 국가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통해 부채를 상대국에 전가시키는 기구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SGP는 유럽 각국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부채를 60% 이내로 유지하도록 했다.

퀘스터스 교수는 "독일에서는 재정적자와 부채 규모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며 "EU 역시 이 같은 장치를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EU를 탈퇴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퀘스터스 교수에 이어 연단에 선 먼델 교수는 부채를 '오염(pollution)'으로 간주,유럽 각국이 이 같은 오염(부채)을 줄이기 위한 비용(이자)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알렉산더 해밀턴(미국 초대 재무장관)이 주장한 것처럼 부채를 집중화(centralization)해 나라별 부채 규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로 전체 비용이 줄어들어 부국과 빈국이 모두 혜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먼델 교수는 "유럽 국가들이 지고 있는 전체 부채는 미국만큼 크기 때문에 유동성과 이자비용 등 측면에서 집중화하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유로화와 달러화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먼델 교수는 "현재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통화들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SDR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위안화는 급부상한 중국의 지위에 걸맞게 SDR이 5년마다 리모델링이 이뤄지는 만큼 2011년을 목표로 넣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델 교수는 아울러 "SDR의 구성비율을 달러화와 유로화를 묶어 70% 정도로 가져가고 파운드 및 엔화에 10% 정도를 배정한 뒤 나머지를 위안화로 구성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각 연사들의 주제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퀘스터스 교수와 아탈리 회장이 단일 재정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열띤 논쟁을 펼쳤다. 퀘스터스 교수는 "유럽 전체 수준에서 단일 경제정책을 수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공재에 대한 수요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탈리 회장은 "유럽 전체적으로 공공재 수준은 GDP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미 단일 시장화된 EU가 통화정책에 이어 독자적인 재정정책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면 오히려 EU 전체적으로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호기/강유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