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미술관서 즐기는 특별한 '아트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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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하이트·롯데백화점 등 잇단 가을 기획전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마련한 수준급 전시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삼성그룹과 하이트-진로그룹,롯데백화점,에르메스코리아,KT&G,코리아나화장품,포스코 등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현대미술 전시회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들 기획전은 백화점식 전시보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내세워 눈길을 끈다.
◆여성 미술가의 미학 세계롯데백화점은 개점 31주년을 맞아 서울 소공동 본점 롯데갤러리에 '아름다운 대화-천경자 · 윤영자 · 이성자'전을 마련했다. 1950년대 6 · 25전쟁과 가난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열정을 쏟으며 국내외 미술계에 큰 획을 그은 미술가 3명을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내달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화가 이성자씨와 조각가 윤영자씨(86),미국에 체류 중인 화가 천경자씨(86)의 작품 중 1950년대 이후의 작품 15점씩을 만날 수 있다. 이씨의 동양적 향취가 담긴 작품,윤씨의 여체와 모성을 주제로 한 여인상과 모자상,천씨의 미인도와 꽃 그림이 주목된다. (02)726-4428
◆다채로운 색의 여행…멀티 컬러아트
코리아나화장품은 색깔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 마련된 색채화가 고낙범씨(50)의 '컬러 포즈'전은 모네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색을 추출해 이를 작가가 재구성하는 '뮤지엄 프로젝트'다.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색에 대한 탐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색띠 속의 색들은 정교한 분석이 아니라 작가가 눈으로 스캐닝하듯 훑은 뒤 직관적으로 골라낸 것으로 색깔 추출 작업들이 흥미롭다. 11월30일까지.(02)547-9177◆작가들의 파워풀한 에너지 감상
하이트-진로그룹은 한국 근 · 현대 조각의 거장 권진규씨(1922~1973)와 40대 설치 작가 서도호씨의 '동행'전을 기획했다. 서울 청담동의 전시공간 '하이트컬렉션' 개관전.권씨의 작품 45점과 서씨의 작품 1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권씨는 치열한 구도의 여정을 조형언어로 풀어냈다. 설치작가 서씨의 8m 크기 설치 작품 '인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별 존재들을 연결시키며 숙명의 끈으로 응수한다. 내년 3월4일까지.(02)3219-0271
◆국내외 인기 작가들이 감성 자극삼성미술관 리움은 개관 6주년을 맞아 근 ·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인 '뮤지엄2'의 작품 16점을 교체해 보여주고 있다. 미국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대형 설치 작품 '리본을 묶은 매끄러운 달걀'을 비롯해 조각가 데이비드 스미스의 추상 조각,조앤 미첼의 액션 페인팅 회화,올해 초 타계한 루이스 부르주아와 애니시 카푸어의 작품 등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정물화가 구본웅씨의 '인형이 있는 정물',박서보씨의 '묘법'시리즈,박이소 · 정연두 · 이우환씨의 작품도 눈길을 붙잡는다. (02)2014-6900
◆스페인 화가들의 드로잉 미학탐험
스페인 화가들의 드로잉 세계가 궁금하다면 서울 홍익대 앞 KT&G의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갤러리를 찾아보자.KT&G와 스페인 대사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에 다니엘 실보,헤수스 후리타,후안 자모라,루이스 세르조 등 23명의 작품 200여점이 출품됐다.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드로잉들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11월21일까지.(02)330-6223◆6대륙 작가 26명의 스펙트럼
로비 의혹 수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광그룹의 일주학술&선화예술문화재단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에서 세계 6대륙의 작가를 초청한 국제 미술전 '연속적인 변화를 비추는 거울'전을 열고 있다. 흥국생명빌딩 로비에 설치된 초대형 작품의 제작자인 네덜란드 미술가 프레 일겐이 기획했다. 국내 작가 이기봉씨를 비롯해 인도와 미국,이집트,브라질,일본,독일,영국,호주 등 각 대륙 출신 작가 26명의 작품 60점이 걸렸다. (02)2002-7222
이 밖에 명품 패선전문업체 에르메스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김소라씨(45)의 개인전(12월5일까지)을,포스코는 포스코미술관에서 '다발 킴 개인전'(내달 9일까지)을 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