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0] "환율전쟁은 제로섬 게임…G20 서울회의서 종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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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이 제시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방안
앨런 그린스펀 前 FRB 의장 "G20, 말보다 행동 나서야"
로버트 먼델 美 컬럼비아대 교수 "IMF 특별인출권 활성화를"
빔 퀘스터스 獨 보쿰대 교수 "G2 전쟁이 세계경제 왜곡"
프랜시스 워녹 美 버지니아대 교수 "中, 자본통제 자제해야"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을 야기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은 '글로벌 인재포럼 2010'의 핫이슈였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들은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조금씩 양보해 무역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세계 경제의 지나친 달러화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달러화 의존도 낮춰야"프랜시스 워녹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환율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 제시하는 논리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논리가 맞고 그름을 놓고 충돌하기보다는 한 발씩 뒤로 물러서는 지혜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해 "환율정책을 동원,외환보유액을 늘려 위안화 저평가 기조를 유지해왔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자본통제를 낮추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각국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사회안전망이 없어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하고 있다"며 "사회안전망이 갖춰지면 소비가 늘어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자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써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일침을 놨다. 그는 "미국은 재정정책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통화정책만 갖고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 없이 확대 위주의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5년 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적자가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 경제의 달러화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라며 "국제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SDR은 IMF 회원국들이 쓸 수 있는 가상의 통화다. 일각에서는 SDR을 달러화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델 교수는 "급부상한 중국의 지위에 걸맞게 SDR이 리모델링되는 2011년께부터 위안화를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빔 퀘스터스 독일 보쿰대 교수는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경쟁은 세계 경제에 상처를 입혀온 만큼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1929년 대공황 이후처럼 오히려 세계 경제에 주름살만 드리웠다"고 소개했다. 퀘스터스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은 세계 경제를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며 "환율전쟁은 서로에게 타격을 주는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환율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20 서울회의 역할 중요
그린스펀 전 의장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는 미국과 경제성장을 위해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인 중국,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일본 등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주요국이 견해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G20이 '말'보다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불균형의 한 축으로 꼽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베이징에 가보면 빈 건물이 많다"며 "중국은 고용 창출보다 단순히 뭔가를 생산하는 데 더 주력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항상 지속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자크 아탈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은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을 또 다른 보호주의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형석/김정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