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계속된다"…이머징 마켓·상품 관련 ETF에 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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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RB 추가 양적완화 땐 희귀금속 값 상승 가능성
금 ETF에 올 68억弗 유입
브라질 관련 ETF 등 인기
신흥국 대규모 SOC 투자로 글로벌 건설·발전업체 주목
미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머징 시장과 금속 등 상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으면 추가로 미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약 달러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내셔널스톡익스체인지데이터를 인용,올 들어 9월 말까지 금 ETF에 추가로 68억달러가 유입돼 총 투자금액이 550억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TF데이터베이스의 마이선 존스턴 선임 애널리스트는 "통화 당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통화량이 증가하면 희귀 금속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월가 금융사들도 대체로 상품 가격 상승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통화량 증대는 상품과 같은 유형자산(hard asset)의 수요 증가를 초래한다"며 "금 은 등은 손쉽게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교환 수단으로 널리 통용된 만큼 앞으로 계속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 ETF인 SPDR골드쉐어는 올 들어 20% 이상 상승했고 같은 기간 은 ETF인 아이쉐어실버트러스트는 40% 상승했다. 희귀 금속과 연계된 대부분의 ETF와 광산 관련주들은 대부분 탄력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선 통화량 증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농업과 커피 코코아 면화 등 소프트상품 관련 ETF에도 돈이 몰리면서 랠리를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상품을 기초로 만들어진 대형 파워쉐어DB상품인덱스 펀드는 미 달러가 뚜렷한 약세를 보인 8월 말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펀드는 자산 규모가 44억달러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꾸준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이머징 시장 ETF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이머징 국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편이다. '뱅가드 이머징 마켓 ETF'와 '아이쉐어 MSCI 이머징 마켓 인덱스펀드'에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각각 133억달러,28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뱅가드 펀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제시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머징 국가의 통화가치 상승이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조사 회사인 EPFR글로벌은 미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머징 시장과 상품 쪽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브라질 관련 ETF에 돈이 몰리면서 전고점 돌파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게 대표적 현상이다. ETF는 인덱스 펀드와 마찬가지로 수수료 부담이 적어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가 꾸준히 살아나면서 해당 지역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도 커져 관련주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포천 최근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자료를 인용,이머징 국가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려는 규모가 6조3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상수도,에너지,교통 관련 투자가 대부분이다. 브라질은 지난 3월 앞으로 4년 동안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5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에너지 소비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브라질 정부 소유 정유회사들의 수익성이 향상될 수 있다. 독일의 지멘스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건설업체와 발전설비 업체들도 수년 동안 상당한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머징 국가 사회간접관련 기업 중 상장되지 않은 곳이 많다. 하지만 채권펀드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련 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핌코이머징마켓펀드'와 '더블라인이머징마켓인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핌코 이머징마켓펀드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13.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정부 발행채보다 기업 채권에 주로 투자해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