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대해부 2-②]브레인투자자문…기업탐방 1년에 800번

"지금이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살 때입니다. 회사에 가보면 창사 이래 최고 호황이라고 난리가 났어요. 이제 투자해볼 만한 시기라고 봅니다."

"시장에서는 자회사 리스크 때문에 질색하는 종목 아닙니까?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영업만 보고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나요?""현장에서 한번 직접 보시라니까요. 지금 굴삭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회사에서는 물량이 없어서 대지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실적으로 바로 나타날 겁니다."

지난 여름, 브레인투자자문의 회의실이 아침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두고 테이블에 둘러앉은 십여명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이사가 열띤 토론을 벌인 것이다.그 동안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건설, 밥캣 등 그룹 리스크로 인해 시장에서는 외면받아온 대표적인 종목이었고, 주가도 2007년 고점대비 70% 이상 빠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계 업종을 맡고 있는 원종준 브레인투자자문 펀드매니저는 "기업 탐방을 다녀와보니 이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며 "리스크가 걸린다면 최악의 경우 손실을 가정해 본 뒤 득실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참 이어지던 토론은 박 대표가 "그래, 담당자인 네 말이 맞겠다. 고정 관념을 버리고 보면 살 만한 주식이다"라고 결론을 내면서 끝이 났고, 브레인투자자문은 주식을 매입했다.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이후 업황 호조세가 부각되면서 10월 들어 연중 최고가에 근접했다.

브레인투자자문의 투자철학을 보여주는 일화다. 종목을 고를 땐 첫째도, 둘째도 리서치라는 것이다. 박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의 권한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탐방과 조사에 근거해 좋은 종목으로 추천되면 신입 매니저의 의견이라도 바로 반영된다.

트러스톤 자산운용 시절부터 박 대표와 함께 일해온 원 펀드매니저는 "이 업계에서는 융통성이 뛰어나지 못하면 회사는 물론이고 매니저는 더더욱 살아남기 힘들다"며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신입이라고 하더라도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는 것이 브레인투자자문의 강점"이라고 전했다.브레인투자자문 운용본부의 공식적인 아침은 7시에 시작된다. 매일 7시40분에 있는 아침 회의 전에 이메일과 리포트를 체크하고 전날 해외 증시도 살펴본다.

하지만 보통은 이보다 훨씬 이른 새벽 5시에도 출근하곤 한다. 브레인투자자문이 매일 발행하는 일간 자료인 '모닝 스닙펫(mornong snippet)'을 만들기 위해서다.

A4 용지로 12장 정도 분량인 이 자료에는 전날 증권사들의 리포트, 해외 지표, 주요 뉴스 등의 정보가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히 적혀 있다.

최인건 브레인투자자문 상무는 "기관 고객 대상으로 모닝 스닙펫을 메일링하는데 '이것만 보면 다른 걸 안 봐도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겠다'고 말할 정도로 평이 좋다"며 "이 정도의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높이 사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마케팅을 할 때 과거 수익률이 어떠했는 지에 대한 얘기는 많이 하지 않는다"며 "대신 어떤 마인드로 자산을 관리하고, 얼마만큼 기업 탐방을 철저히 하는지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브레인투자자문의 펀드매니저들이 자랑하고픈 것 중 하나라면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원 펀드매니저는 "대부분 증권업 종사자들의 업무강도가 세지만, 그 중에서도 브레인투자자문은 손 꼽힐 정도로 일을 '하드하게' 한다"고 자부했다.

세미나나 NDR 등을 포함하면 1년 동안 기업탐방 횟수만 800회를 넘는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0개 정도의 기업들은 한번씩 모두 분석해보고, 중소형주의 경우 이슈가 생길 때마다 업데이트를 한다.

"탐방을 다녀오더라도 리포트는 한두장으로 짧게 정리하는 펀드매니저가 많은데, 그렇게 했다가는 회사 그만두라는 소리 듣습니다. 과거 몇년치 실적, 사업부별 성적, 최근 업황 트랜드 등 구체적인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주식을 살 수 있는 겁니다."

브레인투자자문이 그 중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기업의 이익이다. 대세 상승기에 개별 종목의 상승 강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원 펀드매니저는 "상승하는 장이라고 해서 모든 종목이 다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주는 따로 있다"며 "과거 증시를 들여다보면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은 업종이 주가 상승률에 있어서도 1등을 했다"고 밝혔다."우리는 주가가 올라갈 종목을 찾는 게 아니라, 이익이 좋아지는 종목을 찾습니다. 그런 종목을 들고 있으면 결국은 시장을 이기게 돼 있습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