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35) 韓·美 FTA 통과시키려면

최근 열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첫 공식 실무회의가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미국 측은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까지 한국과의 실무협의를 거쳐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쇠고기와 자동차 부문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은 지금이 협상을 매듭지을 최적의 시기라는 입장이다. 반면 개정을 최소화해야 하는 한국정부는 다소 느긋한 모양새다. 실제로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간은 한국 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되든 올해 말까지는 실무협의를 끝내야 내년 초에 미 의회에 비준안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정치다. 공화당 내에도 한 · 미 FTA를 찬성하면서도 쇠고기와 자동차 문제에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소속 의원이 의외로 많을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서두르는 이 때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첫째 쇠고기 문제다. 광우병을 이유로 30개월 미만만 수입을 허용할 게 아니라 30개월 이상 되는 쇠고기도 수입을 허락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쇠고기를 사고 안 사고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광우병파동을 겪은 한국정부의 불가 입장은 완강하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어차피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소비량이 최근 부쩍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 추세가 계속돼 어느 시점까지 올라가면 전면 수입을 허락하되 국회의 청문회 등 조건을 거는 절충안을 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어느 정도까지 올라갔어도 국민의 여론이 여전히 나쁘면 여론이 받아들일 때까지 연기하는 안이다. 둘째는 자동차 문제다. 미국은 겉으로는 환경규제 같은 장벽을 완화시켜 줄 것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1년에 75만대의 한국 자동차를 미국에서 팔아 주었는데 한국에선 겨우 6500대의 미국산 자동차를 사들였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에는 한국 차 딜러가 150개가 넘는데 포드자동차 딜러는 한국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미국 측에는 당황스런 일이다. 미국 자동차 노조는 이런 통계를 앞세워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기가 없는 미국산 자동차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강제로 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첫째는 한국 정부가 이 기회에 포드자동차 (GM은 GM대우 때문에 조용하고 크라이슬러도 조용함)를 2000대가량 구입해서 관용차로 쓰는 것이다. 그러면 마케팅 효과도 있고 한국 측의 노력에 미국 측도 반가워할 것이라 믿는다.

둘째는 앨라배마 주 외에 또 하나의 현대자동차 조립공장을 앞으로 10년 안에 디트로이트 근교에 세워 그곳의 고용 창출을 늘리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루빨리 서로가 양보하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나는 지금이 협상을 마무리할 절호의 기회라는 미국 측의 견해에 동의한다. 오바마의 단호한 의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도 G20 기간 중에 실무협상을 서둘러 마무리짓기 바란다. 한 · 미 관계는 요즘같이 좋은 적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말끝마다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며 치켜세우고 있다. 한 · 미 관계의 미래를 고려해서라도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