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테러 공포…예멘發 '폭탄 소포' 알카에다 소행 유력

미국행 폭발물 발송 여대생 체포
스웨덴·북아일랜드도 폭탄 발견…美·英·佛·獨 등 보안검색 강화
중동 예멘에서 미국으로 발송된 항공화물에서 폭발물이 잇따라 발견돼 전 세계가 다시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두바이 등 주요국의 공항과 항구에서는 항공화물과 선박화물 검색이 대폭 강화됐다. 승객과 화물업계의 불편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 경찰과 정보국은 지난 29일 이스트미들랜즈공항에 중간 기착한 한 국제운송업체 화물기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를 발견했다. 컴퓨터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로 가장한 이 물건에는 작은 회로기판과 전선들이 붙어 있었으며 흰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예멘에서 발송된 화물의 배송지는 미국 시카고의 한 유대교 예배당이었다. 이후 두바이공항에서도 예멘발 미국행 항공기 화물 가운데 프린터 카트리지로 위장한 폭발물이 발견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냈다. 그는 "테러 위협의 믿을 만한 정황이 적발됐다"며 "초기 감식 결과 이 화물에 폭발물질이 들어 있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폭발물이 항공기 안에서 터지도록 고안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도 "영국에서 발견된 장치에 폭발성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관련국들은 즉각 공조수사에 착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예멘 보안당국이 폭발물 소포 발송 혐의로 현지 여대생 한 명과 이 학생의 어머니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이들 위장 폭발물이 예멘의 알카에다 지부 소행이라는 확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바이 경찰은 "기기의 제작방식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이 이용했던 수법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각국의 항공화물 보안검색 절차나 보안당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국들은 항공 보안검색에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필요할 때까지 항공기 운항 보안검색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은 예멘발 화물기가 자국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등 항공 및 해양 운송 보안체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과 북아일랜드에서도 폭탄테러 음모가 포착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스웨덴 경찰은 30일 예테보리에서 폭탄테러를 모의한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북아일랜드 러간의 한 마을에서는 철교 아래 설치된 폭발물이,벨파스트국제공항 인근에서는 폭발물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발견됐다. 북아일랜드 경찰은 이들 사건이 예멘발 폭발물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