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주민들은 4대강 찬성하는데…정치적 목적으로 지연시켜서야"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

전국 30여곳서 농지 리모델링 아우성…논리 없는 반대는 지역주민 피해 키워
하천 정비는 상·하류 동시 진행돼야…경남이 소송해도 공사 중단 없을 것
보 수문 자주 여닫으면 수질관리 가능…홍수 막으려면 준설도 확실하게 해야
지난 30일 오전 10시 충남 논산시 강경읍의 금강 둔치.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이 공사 관계자로부터 강 건너 금강3공구 공사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충남도가 정부 위탁을 받아 준설과 생태하천을 조성 중인 곳이다. 심 본부장은 "이땅은 비닐하우스 2300여개 동이 들어차 있던 곳"이라며 "충남도 대행사업을 통해 체육 · 레저시설 생태공원 등을 주민에게 돌려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본부장은 공사 관련 민원을 들고 온 주민 대표 7명과도 대화했다. 부여군 세도지구 금강 둔치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다 보상을 받고 인근으로 농지를 옮긴 사람들이다. 강현면씨(50 · 부여군 장암면)는 "방울토마토가 토질이 맞지 않아 수확량이 급감했다"며 "영양분이 많은 둔치 땅으로 농지를 리모델링해 달라"고 요구했다. 심 본부장은 "전국 30여개 지구에서 농지 리모델링을 더해 달라고 아우성"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의견과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상남도를 상대로 4대강사업권 회수를 검토 중인 심 본부장을 금강 둔치 공사 현장에서 인터뷰했다. ▼경남 · 충남 · 충북지사가 보 설치와 대규모 준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을 확보하려면 보 건설이 필수적입니다. 물을 가두면 썩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를 쌓고도 수질이 악화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지류 지천에서 유입되는 물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수문을 자주 여닫으면 가능하지요. 보만 갖고 수질에 악영향을 준다고 비판하는 것은 한 면만 보는 겁니다. 준설도 과도한 수준이 곤란하다는 건데,홍수 예방과 물 확보 효과를 얻으려면 확실하게 파는 게 좋습니다. "

▼김두관 경남지사는 도민 피해를 들어 4대강사업을 반대하고 대행사업권도 반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4대강 유역의 상당수 시장 군수 주민들이 사업에 찬성합니다. 창녕 합천 부여 공주 등 한두 곳이 아니지요. 김해시장도 최근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들 주민은 도민이 아닌가요. 찬성하는 주민들을 애써 외면하고 누군지 모르는 '도민' 피해만 강조해서 되겠습니까. 결국 정치적 목적으로 4대강 사업을 지연시키는 겁니다. "

▼경남도가 소송 내면 공사가 지연되지 않을까요.

"이게 무슨 소송거리가 되나 싶습니다. (소송이) 바람직하지도 않고요. 경남도 측도 소송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겁니다. 사업권은 소송과 관계없이 회수합니다. 제소하더라도 공사가 중단되지는 않을 거예요. 시공사들이 계약을 그대로 승계토록 할 거니까요. "▼4대강사업이 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운하에서 4대강 살리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겨난 의혹들을 반대 측이 문제삼는 거죠.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반대 측은 믿지 않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가수 타블로의 학력 의혹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4대강 관련 의혹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한 정부 책임도 있지만 합리적 사고와 논리적 주장이 없는 선동과 맹신은 폐해가 큽니다. "

▼야당 등에서는 경기 여주의 신진교 붕괴를 예로 들어 4대강 본류의 대규모 준설이 지류 유속을 빠르게 만들어 지류 홍수피해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신진교는 강천보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는 다리입니다. 전문가 입장에선 본류 준설이 붕괴 이유라고 볼 수 없습니다. 먼저 비가 갑자기 너무 많이 내렸습니다. 2006년에도 큰 비가 내렸는데 끄떡 없었다고 하지만 당시엔 시간당 27㎜로 200㎜ 정도가 왔습니다. 이번엔 시간당 102㎜가 퍼부었죠.교량도 41년이 지나 수명이 거의 다 됐습니다. 강폭이 48m로 가다가 신진교 부근에서 36m로 갑자기 좁아지고….신진교 붕괴는 불가항력적 측면이 컸던 것이지 강 준설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

▼4대강사업이 왜 시급한지 경험담이 있으면 전해주시죠.

"어릴 적 대구에 살 때 방학만 되면 경북 선산에 있는 큰집을 찾았습니다. 맑은 실개천에서 멱을 감던 추억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이제는 물이 말라 개천이라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를 건천(乾川)이라고 합니다. 강으로 유입되는 지하수 수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죠.도로포장 등으로 빗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지 못하는데 지하수는 이곳 저곳에서 파고 있으니 수량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그런데 지금껏 정부대책은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

▼건천화 문제는 장기 과제로 보이긴 합니다만,정부 대책이 전혀 없는지요.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건천화보다 더 심각한 치수 문제도 계획만 무성했고 실행되진 않았던 거죠.정부는 1999년 23조원,2003년 43조8000억원,2007년에는 87조4000억원을 들여 수해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발표뿐이었습니다. 예산 확보 어려움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어이가 없었죠.4대강사업은 더 이상 이런 식이어선 안 된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겁니다. "

▼정부가 반대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빠른 속도로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해방지대책을 포함해 그동안 충분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존 계획들이 있으니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거고요. 기후변화문제가 다가오고 있어 1년이라도 빨리 대응해야 합니다. 도로 공사라면 10년 넘게 걸려도 되고,예산이 부족하면 일부 구간만 먼저 개통해도 됩니다. 그러나 하천정비는 상류부터 하류까지 한꺼번에 일관되게 작업해야 효과가 큽니다. "▼금남보부터 운용해 보고 금강보 부여보 공사를 하자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안 지사의 접근 방식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하천은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공사를 하다 중단하면 오히려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그런 제안은 공사 초기라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공정이 60~70%씩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는 수변경관과 자전거길 공사에 예산을 많이 들일 필요가 있을까요.

"(크게 웃은 뒤)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둔치에 메밀밭 유채꽃밭 등 테마초지 군락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연적인 풀밭 조성도 유도합니다. 수변 개발을 위한 인프라와 기반시설을 갖추는 게 정부 사업이고 실제 시설을 갖추는 것은 지자체 몫입니다. 예를 들어 10년 뒤 개발할 필요가 생기면 그때 가서 개발하면 되지요. 후대를 위해 4대강사업을 시작했다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종교계,특히 천주교에서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4월 말 서울 발산동성당의 주임 신부를 찾아가 함께 식사한 적이 있습니다. 성당을 둘러보는데 노인대 학생 100명 정도가 모여 계셨어요. 신부님이 제게 4대강사업을 '설명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얼떨결에 4대강사업의 취지와 핵심을 설명드렸죠.그러자 신부님이 기도를 제안하시더군요. '4대강사업이 잘되도록 기도합시다'라고 말이죠.참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4대강본부장에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금 소감은 어떠신지요.

"맡길 잘했다고 느낄 때가 더 많습니다. 물난리로 고통받던 분들이 사업을 환영하는 모습을 봤을 때 큰 보람을 느꼈지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사업 현장을 둘러볼 때 택시 기사나 주민들께서 4대강사업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걸 들을 때도 그랬고요. 머지않아 나타날 사업 효과를 상상해볼 때도 행복합니다. "

강경=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 심명필 추진본부장

심명필 추진본부장(장관급 · 60)은 수자원 전문가다. 수자원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인하대 공대에서 25년간 수자원 관련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총리실 물관리정책위원,옛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기업도시위원,총리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위원 등을 거치며 현장 및 실무도 경험했다. 2007년부터 2년간 한국수자원학회 회장도 맡았다. 그는 "학회 회장 당시 중립적 입장에서 5~6개 분과를 만들어 대운하 사업의 장단점을 연구했다"며 "2008년 4월 심포지엄에 700명이나 되는 방청객이 몰려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 선산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4월 본부장 취임 이전엔 인하대 대학원 원장을 지냈다.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다. '겸손,담대,지혜'란 좌우명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