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해진 울산공항…서울행 비행기 절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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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2단계 11월1일부터 운행"울산공항 이용해 주세요. 주차료를 1만원에서 5000원으로 내렸습니다. "(민종호 울산공항 운영팀장)
예약률 뚝…주차료 절반 인하
대한항공, 포항공항 1편 중단…KTX는 3일 전 모두 매진 '대조'
"서울행 KTX 표는 3일 전 매진됐습니다. 남은 표가 하나도 없습니다. "(성갑섭 KTX 울산역 초대역장)경부고속철도(KTX) 2단계(대구~부산) 구간 본격 운행을 하루 앞둔 31일.울산공항,포항공항과 KTX 울산역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울산공항은 새로 생긴 KTX에 이용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주차료를 50% 인하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포항공항은 예약 부족으로 대한항공이 1일부터 3편 중 1편의 운항을 한 달여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반면 울산역은 첫날에 밀려올 KTX 손님을 맞을 준비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울산공항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공항 운영을 총괄하는 민종호 팀장은 "KTX 운행을 앞두고 공항 주차료를 내리고,지역 기업체를 직접 찾아가 공항 이용을 적극 권유하고 다녔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KTX로 옮겨가는 대규모 고객 유출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울산공항 예약을 보면 민 팀장의 고민은 실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표 구하기가 어려웠던 월요일 오전 6~8시 사이 항공편은 당일 아침에 가도 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예약이 저조했다. 대한항공 오전 6시55분발 좌석은 162석 중 20석이 남았고, 8시30분발은 162석 중 무려 100석이 비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오전 8시5분발 146석 중 절반만 찼다. 항공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월요일 오전 표는 전주 금요일 오전에 예약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붐볐는데 이제는 당일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 포항공항도 사정은 비슷했다. 1일 오전 11시25분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전체 162석 중 70석만 예약됐다. 아시아나 항공도 오전 9시45분 비행기 자리가 160석 중 46명만 찼다. 대한항공은 아예 1일부터 하루 3편의 비행기 중 오후 2시25분발 비행기 운항은 한 달여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포항공항 승객이 줄어 편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오다 이번 KTX 운행을 계기로 적자를 줄이기 위해 편수 감축을 단행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울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KTX표(오전 5시21분,6시21분)는 이미 3일 전에 매진됐다. 5시21분 서울 가는 첫 KTX 열차는 울산에서만 313명이 표를 발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933석 자리 중 울산이 3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부산에서도 오전 5시,5시15분,5시20분,6시가 모두 매진됐고, 신경주는 오전 5시33분발 표가 매진됐다.
성갑섭 초대역장은 "울산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4시간, 비행기를 타더라도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최소 2시간 이상 걸리던 것을 KTX로 2시간9분 만에 도착하니까 이용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 팀장은 "좀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KTX로의 고객 흡입효과가 이런 식으로 지속된다면 항공기 운항노선 감축이나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