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친구야 미안해"…김송희 제치고 2연패

美LPGA 하나은행챔피언십

LPGA 시즌 2승·통산 4승째
신지애 따돌리고 상금 1위로
미국LPGA투어에서 늘 우승권을 맴돈 '무관의 제왕' 김송희(22 · 하이트).3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하나은행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번홀(파4)에서 김송희가 친 두 번째 샷이 핀을 맞은 뒤 컵을 돌아나왔다. 아깝게 이글을 놓친 것이 우승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결과는 역전이었고 2라운드까지 선두를 내달린 김송희의 생애 첫 승을 가로막은 건 '단짝 친구' 최나연(23 · SK텔레콤)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최나연은 이날 버디 5개,보기 2개로 챔피언조 세 명 가운데 가장 좋은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최나연은 3라운드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같은 조로 플레이한 한국계 비키 허스트(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었다. 김송희는 이번에도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최나연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물론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시즌 2승을 달성했다. 최나연은 이날 우승상금 27만달러(약 3억원)를 보태 신지애를 제치고 투어 상금 랭킹 1위(174만2000달러)로 올라섰다. 한국(계) 선수들은 올해 8승을 합작했다. 최나연은 "타이틀을 방어하게 돼 기쁘다"며 "동반자를 의식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즌 2승,투어 통산 4승째.

최나연과 김송희는 1988년생 '세리 키즈' 중에서도 가장 친한 친구다. 이날 마지막 조에서 펼친 '친구 간의 대결'에 갤러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최나연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반면,김송희는 또 다시 '우승 후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초반 분위기는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김송희가 주도했다. 1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김송희는 파5인 5,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2위권과 2타차까지 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첫 승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9번홀 이후 다섯 홀에서 보기 4개를 쏟아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전반에 2타를 줄인 최나연은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6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선두를 유지한 최나연은 마지막 두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우승까지 내달았다.

신지애(22 · 미래에셋)는 이날 보기없이 버디 3개를 잡은 끝에 폴라 크리머(미국),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함께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유소연(20 · 하이마트)은 미셸 위(21 · 나이키골프) 등과 공동 12위에 이름을 올려 '국내파'의 체면을 살렸다. 이보미(22 · 하이마트) 안신애(20 · 비씨카드) 서희경(24 · 하이트) 등 내로라하는 국내 선수들은 50위 아래에 머물렀다.

영종도(인천)=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