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공조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0730] G20 경주회의 이후 글로벌 공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각 국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일정 정도의 합의가 이뤄졌다.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은 보다 시장 결정적인 환율 제도를 가져가면서 통화 가치 절상을 용인하고,선진국들은 과도한 돈 찍어내기를 자제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여보자는 합의문의 내용이 그것이다.

합의문의 전반부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후반부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미국을 비롯한 선진 경상수지 적자국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조작이 글로벌 불균형을 낳고 있다고 보고 있다.이머징 국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달러화의 인위적인 절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G20 경주 회의는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형태의 선언문이 채택된 것이다.경주 회의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글로벌 공조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짧은 기간이지만 G20 경주회의 이후 중국 위안화는 오히려 평가 절하가 됐고,일본과 캐나다의 관료들은 자국 통화 강세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글로벌 불균형과 관련한 공조는 결코 쉽지 않다.무역수지는 완전한 제로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국가 간 교역에서 많이 버는 나라가 있으면,반대편에서는 꼭 그만큼의 적자를 보는 국가가 존재하게 된다.

1980년대 후반 글로벌 불균형 역시 선진국의 강압적인 조치에 의해 시정될 수 있었다.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이 이뤄졌고,미국 의회는 한국과 대만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또한 슈퍼 301조라는 무역 규제도 병행됐다.현재 상황에서도 글로벌 공조가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특히 글로벌 증시 전반의 주가 수준이 연중 최고가 부근에 올라 있다는 가격 부담까지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당장 걱정이 되는 것은 미국 양적 완화의 규모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당초에는 미국 연준이 약 1조달러 내외의 양적완화 방침을 금주 FOMC에서 발표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미국의 일부 투자은행들은 양적완화 규모가 최대 4조달러에 이를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그렇지만 G20 경주회의 선언문에 미국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인다면 양적완화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지난 8월 이후의 글로벌 자산 시장 강세는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미국이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란 기대가 컸고,이런 기대에 근거해 주식과 채권,금,원자재 등 모든 자산 가격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워런 버핏이 채권시장 버블을 경고하기도 했지만,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을 떠받쳐주겠다고 공언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채권 매입을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격의 동반 상승이란 이례적인 현상도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충 기대감에 의해 가능했던 셈이다.

필자는 궁극적으로 미국 중앙은행이 다른 국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두번째 양적완화(QE2)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QE3도 할 수 있다고 본다.미국경제 입장에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인위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기업 투자 촉진과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이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다만 미국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양적 완화는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당장은 글로벌 공조에 성의를 나타내는 정도의 대처를 할 가능성이 높다.단기적으로는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가격 상승분의 일부 반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달러화 강세,이머징 시장으로의 외국인 유동성 유입 규모 축소 등이 나타날 수 있는 시기이다.단기 조정을 염두에 둔 장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김학균 <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