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연기금이 미래에셋보다 '한수 위'

국민연금기금(연기금)이 올해 자산운용업계 '큰 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고개를 절로 숙이게 했다. 이들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선보이고 있는 현대·기아차 매매에서 갈렸다.

연기금은 올해 기아차를 저점에서 사들여 나날이 평가이익을 부풀리고 있는 반면 미래에셋은 보유 중이던 현대차 비중을 줄여 체면을 구겼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중 최고가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1일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강력한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며 각각 2거래일과 10거래일 연속 급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기아차는 특히 이날 장중 11% 이상 치솟는 등 시가총액이 19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연초에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8조원대에 머물러 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질주'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된 지난 9월 이후로 가장 많이 사들인 투자대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의 평가이익도 8월말 대비 3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 외국인들 외에 기아차의 질주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전문 투자기관이 있다. 바로 연기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2월 19일 기아차의 주식 약 1949만주(지분 5%)를 최초로 매입했다. 당시 기아차 주가는 2만1000원선(종가기준) 수준. 이를 감안할 때 연기금의 현재 보유주식 평가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게 불보듯 뻔한 일이다.

연기금이 기아차를 편입한 뒤 지금까지 이 회사의 주가상승률은 약 132%에 이르며, 시가총액은 당시보다 10조원 이상 불어나 있다. 반대로 현대차의 보유비중을 잇따라 줄여 울상인 곳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은 작년말까지 현대차 주식 약 1560만주(지분 7.08%)를 보유 중이었으나, 올 1월 중 약 254만주(1.15%)를, 다음달인 2월부터 7월까지는 약 216만주(0.99%)를 더 팔아 현재 보유지분이 4.94%로 큰 폭 줄어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들의 엇갈린 매매에 시선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차 양사는 모두 내년까지 호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신모델 비중 상승과 양호한 환율로 해외 재고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재품믹스 개선 및 높은 가동률이 이어질 것이고, 기아차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등 '연결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