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오바마 부부로부터 온 편지

미국 의회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친구여"로 시작한 편지의 요지는 두 가지였다. 그는 "2008년 대선 때 나를 뽑아준 열정을 되살려달라"며 "이번 투표에 꼭 참여해 개혁을 완성하자"고 당부했다. "민초들이 우리에게 1인당 3달러씩만 십시일반해도 보험회사,월가의 은행들에 기댄 공화당에 맞설 수 있다"며 정치후원금 지원도 호소했다.

나흘 뒤인 지난달 31일 이번엔 미셸 오바마 차례였다. 그는 "이웃집 문을 한 번이라도 더 두드리고,전화 한통이라도 더 돌리자"고 독려했다. 점점이 흩어진 민주당 지지자들이 선거일 투표장에 나가게 하자는 전략(get out the vote)이다. 미셸은 "버락과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한껏 자극했다. 두 메일은 오바마 대통령 후원단체 '미국을 위한 조직(OFA)'의 온라인 가입 지지자들에게 뿌려졌다. 기자가 취재 목적으로 등록해 놓은 OFA는 오바마 대통령의 절박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연방의원을 뽑는 중간선거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몸이 달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는 집권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 자리를 공화당에 빼앗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원에서도 적지 않은 의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한다. 후원금은 공화당으로 쏠리고 있다. 중간선거는 그의 취임 2년에 대한 중간평가인 데다 그 결과는 2012년 그의 재선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바마와 민주당에 답답한 것은 지지자들에게서 2008년 대선 때처럼 뜨거운 투표 참여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지지자들 가운데 오바마를 가장 애태우게 하는 것은 젊은 층이다. 2년 전,대선 당시 이들은 "우리는 할 수 있다(yes,we can)"는 오바마의 마술피리 소리를 따라 투표에 적극 참여해 그를 백악관에 입성시킨 주역들이다.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의 분석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메일 공세를 벌일 만했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으로부터 탈환했을 때 18~30세 정당 지지층의 투표의향은 민주당이 47%로 31%인 공화당을 크게 웃돌았다. 이번에는 같은 연령대 지지층의 투표의사가 민주당 27%,공화당 39%로 뒤바뀌었다. 18~30세 유권자들 중 민주당 선호도가 62%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는 상당하다.

이메일 구애가 모자랐다고 판단한 오바마는 TV 토크쇼 프로그램인 '데일리 쇼'에 이례적으로 출연하는 파격까지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18~34세 시청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심야 코미디쇼다. 그는 의료보험 개혁법,금융감독 개혁법,경기 부양법 마련을 포함한 거창한 실적을 열거하며 "미국을 전진시키자"고 말했다. 지난 주말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일리노이 코네티컷 등 4개주 막판 유세장을 찾아서는 "투표 참여가 절대 중요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2년이 아니라 10년,20년 후를 대비하는 것"이라며 먼 미래도 얘기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젊은층 지지자들은 당장이 급하다. 청년실업률이 26%로 전 연령대 평균 9.6%보다 훨씬 높다. 대학 졸업생이 입사원서 수십통을 보냈지만 허사였다는 얘기가 주변에 수두룩하다. 이메일과 토크쇼만으로는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가 부족해 보인다. 2년 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내 경선이나 재선 패배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일 수가 없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실적이 오바마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개혁이자 선거전략일 것이다.

워싱턴=김홍렬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