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자녀 들킬라"…中 인구센서스 조사 난항

600만명 투입 10년 만에 시행
불법이주 농민공 등 응답 기피
중국이 10년 만에 인구센서스를 1일 시작했다. 그러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과 두 자녀 이상을 둔 가정 등이 조사를 기피해 난항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600만명의 조사원을 투입해 이날부터 인구센서스에 나섰다. 투입되는 비용만도 80억위안(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조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리커창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이례적으로 국영방송인 CCTV에 출연해 인구조사 협조를 당부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수천만명에 이르는 농민공과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해서 태어난 헤이하이쯔(黑孩子)들의 숫자 등을 정확히 파악해 새로운 정책 수립의 토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사 대상인 시민들이 협조를 거부하고 있어 이 같은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의 가장 큰 관심은 농민공 숫자다. 이들은 저가 노동력을 제공해 중국의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사회불안 세력이기도 하다. 10년 전 이들은 약 8000만명으로 조사됐지만 일하는 곳이 아니라 후커우(주민증)가 등록된 곳을 기준으로 파악된 것이어서 정확치 않다. 각 지역 정부가 지역의 1인당 소득 등 경제지표를 양호하게 꾸미기 위해 의도적으로 농민공 수를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농민공들은 이번 조사에서도 추방되거나 일자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해 조사를 기피하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해 태어난 어린이의 숫자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은 교육은 물론 건강보험 등 공공서비스에서 배제돼 있지만 벌금을 두려워한 부모들이 공개를 꺼리고 있다. 베이징의 조사원인 리펑잉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월 예비조사 때 조사대상 117세대 중 30세대가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조사자료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며 "시민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들의 문제를 국가에 알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조사원들은 농민공의 집에서 침대나 칫솔 수를 세는 것으로 조사를 대체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