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속에서 길 만들고 다리 놓은 게 성공 비결"

차병원과 협약 맺은 中갑부 옌빈 화빈그룹 회장
"차병원이 만든 안티에이징라이프센터 차움을 베이징에도 세울 겁니다. "

서울 청담동에 최근 문을 연 차움에서 만난 옌빈(嚴彬) 화빈(華彬)그룹 회장(56)은 "차움의 의료 서비스가 아주 좋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건강검진 유전자검사 세포재생치료 스파 영양치료 체력관리 등의 서비스를 한곳에서 받을 수 있는 차움의 시설에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차병원그룹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옌 회장은 스포츠레저와 호텔경영 부동산 사업 등을 하는 화빈그룹과 중국 기능성 음료시장의 80%를 장악한 홍뉴(紅牛 · red bulls)를 생산 판매하는 홍뉴그룹을 갖고 있다. 홍뉴그룹은 세계 랭킹 1위의 F1 경기팀인 '레드 불'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다. '레드 불' 레이싱팀은 최근 전남 영암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에도 출전했다. 중국 부자순위를 매년 발표하는 후룬보고서는 최근 자산 360억위안(6조1200억원)을 보유한 그를 5위에 올렸다. 지난해 순위는 10위였다.

"해외의 선진 경영이념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중국 경제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게 제 소망입니다. "

태국 공주와 결혼한 태국 화교인 옌 회장이 건강관리와 도심휴양을 합친 신개념의 의료서비스를 중국에 도입하려는 것도 조국 사랑에 따른 것이다. 세계걸출화상협회 명예회장이기도 한 그는 2005년 세계화인기업가협회가 베이징에서 개최한 '제1회 세계걸출화상대회'에서 발표한 영향력 있는 화상 순위에서 리카싱 허치슨왐포아 회장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바람과 서리가 몰아치고 비와 눈이 와도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아야지요(風霜雨雪 開路架橋)."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태국으로 이민간 그가 태국 국회의장 경제고문까지 맡을 만큼 성공한 비결을 묻자 그는 주저없이 중국어 8자로 요약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문화혁명 탓에 허난성 시골로 하방(下放)된 그가 고구마로 배를 채우며 1년간 일해 번 돈은 고작 92위안(약 1만5000원).가난이 싫어 태국으로 이민 간 그는 "끼니 때울 돈이 없어 매혈(賣血)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에서 일하며 매일 동료보다 3시간 앞선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근면함으로 번 돈으로 1984년 창업한 그는 관광 부동산 무역에 뛰어들었고 홍뉴로 큰돈을 만지게 됐다. 1996년 하이난에 홍뉴 공장을 짓는 것으로 중국 투자를 시작한 그는 베이징 인근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 화빈(54홀)에 5성급 호텔과 승마장을 운영한 데 이어 인근에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아시아골프업주협회 회장으로 매주 두 차례 라운드를 즐긴다는 그는 "골프는 도전성이 있고 오락성이 있는 시장경제 산물"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골프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골프 해외연수 장학금까지 대주는 그는 지난해 10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골프가 정식 종목에 추가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골프선수 후원 기금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새겨야 할 조언을 들려 달라는 요청에 그는 "용기와 지혜"라고 말했다. 세계 30여개국에서 팔고 있는 홍뉴를 한국에도 수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검토해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글=오광진/사진=허문찬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