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땅 작업' 능한 시행사에 난감해진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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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주거단지 예정지 일부 경매…'유찰' 예상 깨고 DSD삼호서 낙찰경기도 용인시 '래미안 동천(래미안 이스트팰리스)' 옆에 랜드마크 주거단지를 개발하려던 금호건설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작년 12월 워크아웃 신청 이후 신규 자금투입이 중단된데다 사업부지 중 일부가 법원경매로 다른 회사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건설 시행사인 DSD삼호와 이 회사 관계인으로 추정되는 12명이 지난달 2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2회 유찰된 용인시 동천동 105 등 13개 필지 2만9500㎡를 각각 감정가의 64~74% 선에 단독으로 응찰,총 289억원에 낙찰받았다. DSD삼호 측은 낙찰 직후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샀다"고 금호건설 관계자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은 금호건설이 추진 중인 '동천2지구 도시개발사업(가칭)' 예정부지 37만3500㎡ 중 일부로,채권자인 교직원공제회에 담보로 제공됐던 땅이다.
2393채의 매머드 단지인 '래미안 이스트팰리스'에서 용인~서울고속도로 고기IC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확보해야 할 땅이다. 2200여억원에 이르는 동천2지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 중 유일하게 채권이 동결되는 워크아웃 계획을 적용받지 않는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3월 채권회수를 위해 경매를 신청했다.
유찰을 예상하고 대주단과 사업 정상화를 위한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던 금호건설은 속칭'땅 작업(개발용지 매입 용역)'에 능한 시행사가 낙찰받자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매 대상 토지는 가건물 등 부속 건물이 있어 낙찰받더라도 이용에 제한이 많아 유찰될 것으로 금호건설은 예상했었다.
경매업계의 한 관계자도 "농지지만 실제로는 창고부지 등으로 사용돼 법원이 정한 매각 조건인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 경우 최저경매가의 10%인 입찰보증금을 날릴 수 있는데도 낙찰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업계는 경매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지만 DSD삼호가 '남의 사업지엔 끼어들지 않는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깬 것이라며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금호건설과 DSD삼호가 주택사업을 위해 경쟁적으로 토지매입에 나설 경우 땅값이 치솟아 주택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호건설은 도시개발사업 추진에 필요한 대상토지(37만3500㎡)의 3분의 2에 못 미치는 15만2000여㎡만 매입한 상태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농지취득자격증명만 받으면 DSD삼호는 동천2지구에 사실상 알박기를 한 셈"이라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점을 겨냥해 업계 불문율까지 깨며 경매에 뛰어든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