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P&P 전문가 심층진단‥펄프ㆍ인쇄용지 일관생산…年 평균 10%넘는 영업이익률 기대

김보영 삼성증권 연구원
무림P&P는 국내 유일의 펄프 생산업체다. 과거에는 펄프 가격 등락과 제지업계의 수급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컸다. 하지만 내년 5월부터 펄프와 인쇄용지를 일관 생산하는 설비가 도입되면 향후 2~3년간 국내 제지업체 중 유일하게 연 평균 10%가 넘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일관 생산설비 도입에 따른 성장잠재력무림P&P는 인쇄용지 일관 생산설비 도입으로 인해 매출이 올해 3350억원(추정)에서 2013년 5620억원으로,영업이익은 올해 790억원(추정)에서 2013년 112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출은 대부분 활엽수 펄프 42만t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지만,펄프와 인쇄용지의 일관 생산설비를 완전 가동하는 2013년에는 인쇄용지와 펄프 판매량이 각각 42만t과 22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쇄용지 판매 비중이 75%까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며,무림P&P의 이익 안정성을 확보해줄 것으로 보인다.

펄프의 평균가격은 60만원인 데 반해 인쇄용지 평균가격은 t당 100만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쇄용지 판매 비중이 늘어날수록 무림P&P의 매출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쇄용지 시장 신규 진입에도 불구하고 모회사 무림페이퍼의 판매채널 및 생산 노하우 공유를 통해 예상보다 빠르게 영업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원가 절감 효과로 국내 인쇄용지 시장 내 가장 뛰어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약 10%포인트 높은 영업이익률을 향유할 전망이다.

일관 생산설비의 도입은 크게 두 가지 이점이 있다. 가장 큰 효과는 인쇄용지 생산에 쓰이는 스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펄프 생산공정 중 목재칩을 삶는 과정에서 나오는 흑액을 재활용,스팀 생산에 필요한 벙커C유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스팀 생산 비용이 t당 5만원이고 인쇄용지 45만t 생산에 70만t의 스팀이 소요된다고 가정할 때 원가절감 효과는 350억원에 달한다. 인쇄용지 영업이익률이 7~8%포인트가량 개선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이점은 불필요한 생산공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액체 상태의 펄프를 건조하고 다시 물에 녹이는 과정이 필요했지만,일관 생산 체계에서는 이를 생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건비 전기비 용수비 등 제조경비를 절감해 영업이익률을 2~3%포인트 개선할 수 있다.

일관 생산설비에 들어가는 투자비는 5000억원 규모인데 자금조달 계획은 이미 완료됐다. 총 투자액 중 1500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500억원은 유럽 금융회사 컨소시엄을 통해 1억4000만유로(약 2200억원,2.8% 이자율,2.5년 거치,8년 분할상환),국내 금융회사를 통해 1300억원을 조달한 상태다. 나머지는 영업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금 대부분을 저금리 차입으로 조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이자비용은 연간 150억~200억원 안팎의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원자재가격 상승,펄프가격 하락 가능성 우려펄프의 생산원가는 목재칩(40%),화학제품(10%),운송비(15%)로 구성된다. 화학제품과 운송비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원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목재칩 가격의 상승은 제한적이다. 미국 주택경기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택건설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된다면 목재가격도 상승하겠지만 이 경우 저가의 목재칩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공급돼 기존 값비싼 원목을 대체하며,일부 원가 부담을 상쇄하는 효과를 줄 수 있는 만큼 목재가격 상승도 큰 우려가 아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와 인쇄용지를 통합 생산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림P&P의 장기적인 이익성장 전망은 분명히 밝다. 하지만 수출가격 하락 및 펄프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부분은 위험요인이다.

무림P&P의 증설 등에도 불구하고 펄프공급량은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무림P&P는 국내 인쇄용지 시장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 향후 인쇄용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수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경우 이익 극대화를 위해 수출을 줄이고 내수를 확대하는 전략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인쇄용지 시장에서 경쟁 격화로 판매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런 경쟁 상황은 길어야 1~2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 한국제지가 신규 설비를 증설함에 따라 인쇄용지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5년 7~8%에서 2006년 3~4%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결국 계성제지와 같이 생산성이 낮은 한계업체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감산함에 따라 2008년에는 공급 과잉이 완화됐고,수익성은 8~9% 선으로 회복됐다. 현재 일부 적자를 기록 중인 한계업체들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며 국내 공급 과잉 완화 여지는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주주 구성 및 모회사 풋백옵션 이슈

무림P&P는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8년 5월 무림페이퍼에 인수됨에 따라 지난 6월 정리절차 종결 결정을 받았다. 올 상반기 기준 무림페이퍼 컨소시엄의 지분은 67.3%(무림페이퍼 49.2%)다.

모회사 무림페이퍼는 2008년 무림P&P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식매도선택권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5월까지 매년 만기 전월 무림P&P의 가중 평균 주가가 연복리 약 9% 수익률 이하일 경우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되사주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무림P&P 주가가 보장가격에 못 미칠 경우 무림페이퍼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무림P&P 주식을 내년 73만주,2013년엔 492만주를 분할 매수해야 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무림P&P가 무림페이퍼의 풋백옵션 부담 완화 및 주주 이익 환원을 위해 배당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림페이퍼는 영업 현금흐름 배당수익 및 일부 차입을 통해 풋백옵션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