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롯데' 닻 올렸다] (2) M&A 가속화…거침없는 롯데 "중국선 백화점ㆍ유럽선 油化업체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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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자금ㆍ낮은 부채비율, 올해만 4조 들여 13개 업체 인수서울 영등포 롯데인재개발원에선 최근 롯데의 인수 · 합병(M&A)을 총괄하는 정책본부 국제실장인 황각규 부사장 등 각 계열사 핵심 임직원 100여명이 모였다. '2018년 그룹 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 2018'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열사별로 거둔 실적과 향후 계획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잘 아는 분야만 인수' 원칙, 2013년 그룹 매출 100조 목표
롯데는 이 자리에서 올해 그룹 매출 목표를 올초 정한 55조7000억원에서 61조2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 들어 성사시킨 13건의 M&A 덕분에 당초 계획보다 외형이 커진 점을 반영했다. 지난해 그룹 매출(47조6000억원)보다 28.5%나 늘어나는 것이다. 롯데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 2013년엔 '그룹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다.
◆잇단 해외 유통 · 유화업체 M&A 추진
롯데 최고경영자(CEO)들은 요즘 매물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기업 인수를 하지 않고는 '비전 2018'의 연도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8 비전'에 따른 실적 달성 현황은 두 달에 한 번씩 신격호 롯데 회장에게 보고될 뿐만 아니라 각 CEO들의 인사평가에도 반영된다. 롯데의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은 단연 M&A다.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고 있는 유통 · 유화 부문이다. 민광기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은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 중국 '빅3' 지역은 이미 포화상태로 신규 출점보다는 기존 백화점을 인수해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마크로와 타임스,인도네시아 마크로를 잇따라 인수한 마트 부문도 진출 국가의 현지 유통업체 추가 인수를 검토 중이다. 홍평규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장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피해 점포 확장 속도를 높이려면 현지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 형태로 출점해야 한다"며 "대형 할인점뿐 아니라 중 · 소 규모의 슈퍼마켓 체인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리아도 경쟁사인 중국 KFC에 비해 절대 열세인 점포 수를 늘리기 위해 중국에서 중위권 로컬 패스트푸드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화 부문은 현재 유럽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업체 1~2곳에 대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유화 부문 고위 관계자는 "원료를 확보할 수 있거나 현지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M&A를 통해 진출할 것"이라며 "유럽에 PET 수요가 많은 만큼 추가적인 M&A를 통해 '현지 생산-현지 수요 충당'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롯데알미늄은 소재 관련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롯데호텔은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M&A 재원은 풍부한 현금과 차입 여력
롯데는 올 들어서만 4조원가량을 들여 말레이시아 타이탄,중국 럭키파이 등 13개 업체를 인수했다. M&A의 추진력은 우량한 재무제표와 유통 · 식음료 사업에서 창출되는 풍부한 현금동원 능력을 바탕으로 한 차입 여력에서 나온다. 롯데그룹의 작년 말 부채 비율은 50.33%.올해는 기업 인수에 따른 사채 발행 등으로 부채 비율이 54% 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5대 그룹 중 가장 낮다. 롯데가 M&A에 나설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업가치 대비 인수가격'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다. 롯데 관계자는 "'잘 모르는 분야는 안 한다'는 원칙에 따라 주력 사업군 위주로 내부적으로 평가한 적정 가치만큼만 인수가격으로 써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말 7300억원을 들여 중국 타임스를 인수한 사례처럼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될 때는 '과감한 베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상헌/베이징=송태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