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햇살'…두 달 만에 판매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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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30채로 3월 이후 최대…전셋값 폭등에 "차라리 집 사자"
4분기도 공급 줄어 계약 늘 듯
"시장침체로 200여채에 불과하던 월간 미분양 아파트 판매규모가 지난달엔 680채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 정도로만 팔린다면 한숨 돌리겠네요. "(대형건설사 주택담당 임원)
미분양 아파트 판매시장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대형 건설사 5곳이 지난달 전국 미분양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8월에 비해 94%,9월보다는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으로 현금확보에 발목이 잡혔던 주택업계가 향후 판매추이를 기대하는 눈치다. ◆되살아난 미분양 판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을 제외한 1~6위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달 미분양 판매실적은 총 1530채로 8월의 790채에 비해 93.7%(740채) 늘어났다. 9월 1294채에 비해선 18.2%(236채) 증가한 수치다. 9~10월 실적 2824채는 지난 4~5월의 946채와 비교하면 거의 3배 많다.
이는 올 1분기 판매 호조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5개 업체 미분양 판매실적은 지난 1월 1328채,2월 1452채,3월 1088채였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가 시작된 2분기 들어선 4월 454채,5월 492채,6월 511채 판매에 그쳤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거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신규 분양시장마저 부진해 미분양 판매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이후 지난 7,8월 월간 700채 수준으로 회복됐다 9월에 큰 폭으로 판매가 늘어났고 10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전셋값 급등이 미분양 줄여
전문가들은 지방에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중단되고 8 · 29 대책 등에 따른 정책 효과,저금리 상황 지속 등으로 주택 매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확산되자 미분양 구입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분양마케팅 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대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이 지방에서 65~70%까지 오를 정도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다"며 "내집을 장만하자는 수요가 생기면서 미분양 물량도 잘 팔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 달서구는 매매가 2억1000만~2억2000만원 아파트의 전세가가 1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추석 이후 전셋값 상승이 시장을 주도하는 이슈가 되면서 미분양 아파트 구매문의 전화가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소개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재무담당자는 정책 효과와 저금리 등도 미분양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들은 작년 말부터 지역에 따라 10~25% 할인판매를 꾸준히 해 왔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정부가 거래활성화 대책 마련에 의지를 보이면서 판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영남은 물론 천안 등 중부지역 미분양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4분기에도 판매호조 전망
미분양 물량 판매 호조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 아파트 공급이 부산을 중심으로 조금씩 재개되고 있지만 아파트 공급이 여전히 적기 때문이다. 분양마케팅 회사인 우영D&C의 조우형 대표는 "대구는 올 들어 6월까지 재건축 후분양 아파트나 대구도시공사의 임대아파트를 제외하면 분양 아파트가 한 채도 없었다"며 "7월 이시아폴리스, 10월 AK그랑폴리스에서 2250채 나온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에선 내년 아파트 입주량이 현저히 줄어들 전망"이라며 "미분양 아파트 판매가 4분기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