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경영노트‥오로라월드ㆍ이오테크닉스…글로벌 中企 '성공 DNA' 는 전략적 기술개발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완구업체 오로라월드는 연간 매출이 1000억원 남짓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두면서 세계 봉제완구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 연구 · 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현지인 디자이너를 채용해 지역 특성과 고객에 맞는 제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인 '유후와 친구들'의 캐릭터 상품은 6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오로라월드는 우수한 품질과 치밀한 전략만 있으면 중소기업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중소기업의 업황이 대기업에 비해 부진하면서 그 해법으로 대 · 중소기업 상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화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못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07년만 해도 수출 비중이 50% 미만인 내수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53%로 수출이 50% 이상인 중소기업의 4.93%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8년 수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28%로 상승,내수 중소기업(5.54%)을 크게 앞질렀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역(逆)진출'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레이저마킹 장비 세계 1위인 이오테크닉스는 해외 기업에 납품해 품질을 인정받은 뒤 국내 기업과 거래하기 시작했다. 밀폐용기 업체인 락앤락도 미국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중소기업이 늘었다. 한식당 프랜차이즈인 비비고(bibigo)는 중국인의 기호에 맞게 변형한 한식 메뉴를 개발해 8월 베이징점을 개장했고,카페베네는 국내 커피 브랜드로는 처음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 의사는 있지만 정보력과 브랜드 파워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우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래 기업과의 관계를 활용하는 것이 유익하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신뢰를 쌓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대기업과 동반 진출하면 비교적 쉽게 해외 거래처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차량용 오디오반도체 생산업체인 텔레칩스는 현대자동차와의 오랜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 닛산자동차,독일 BMW와 납품계약을 맺었다. 덴소와 아이신세키 등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초기에는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와의 동반 진출을 통해 해외 거래처를 확보했다.

신산업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발할 때는 기업 간 협력도 중요하다. 한국이 취약한 부품 · 소재 분야에서는 완제품 업체와 부품 업체가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해 수입을 대체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차별화한 핵심 역량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글로벌화에 필요한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근무 경력이 있는 대기업의 퇴직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정부는 해외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지식재산권 분쟁 등 각종 위험에 대한 교육활동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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