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협력사업]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장 "中企 살 길은 철저한 차별화…産ㆍ學ㆍ硏협력에 해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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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 회장은 산학연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한국산학연협회를 맡은 지 올해로 2년째다. 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김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도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은 산학연협동에서 발굴해야 한다"며 "이런 협력을 통해 기업ㆍ대학ㆍ연구소가 모두 발전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산학연협회의 회장으로서 다양한 경력이 눈에 띕니다. "한양대 공대 4학년 때인 1977년 제13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국방부 방위산업국 사무관으로 근무했습니다. 1980년 미국 캔자스대 기계공학과로 유학해 1983년 석사,1986년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습니다. 이후 미국 깁스앤힐사 엔지니어,예일대 연구교수,삼성항공 시스템부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기획처장과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죠.지난해 2월에 한국산학연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어느덧 2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산학연관의 모든 조직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은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각 조직의 장점을 살려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협회를 이끌어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왜 중소기업에 산학연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자금,인력,장비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극복할 상황도 쉽게 위기에 직면하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경기 침체 여파로 내수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경영사정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소기업이 냉혹한 경쟁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차별화로 모방이 불가능한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인적 · 물적 자본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이 이와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학연협력의 활성화가 최선입니다. 산학연협력을 통한 공동기술개발은 기술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상호 혁신역량을 보완함으로써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산학연 협력의 성과는 무엇인가요.
"산학연 협력 사업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성공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사업을 통해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하고 연구 인프라를 부담없이 조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습니다. 산학연 협력사업에 동참하는 대학과 연구소도 중소기업을 통해서 배우는 점이 많고요. 대학은 학생들에게 이론만이 아닌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경험을 자연스럽게 교육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연구소 역시 기존의 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면 연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산학연 협력사업을 통해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한국산학연협회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요. "한국산학연협회는 설립 이후 중소기업청,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협력해 대학,연구소의 전문인력과 연구장비를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왔습니다. 선진 연구 활동개념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연구 · 개발능력 제고와 역량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고요. 한국산학연협회는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한 협력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 중소기업이 최소의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최대의 기술개발 역량을 갖추도록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어떤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큽니까.
"바이오,그린환경,나노정보기술 등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에서 연계효과가 크죠.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정책 강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연구기관, 중소기업 사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주기적인 산학연 교류의 장도 마련해 산학연 간 상호소통을 할 수 있도록 중간자적 역할도 잘 수행하며 산학연 협력의 선도기관으로서의 위치를 다져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산학연협회에서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을 수행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협회는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 수행을 위해 자생적으로 태동된 조직으로 18년간 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유기적인 네트워크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년 우수한 성과를 창출합니다. 특히 지역발전위원회,기획재정부,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각종 외부평가에서 최우수 사업으로 평가를 받음으로써 협회의 사업수행능력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 연구 · 개발(R&D) 평가관리기관 일원화'라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를 위해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을 중기청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으로 이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협회의 산학연 협력사업은 R&D를 할 능력이 없는 매우 열악한 중소기업이 대학 ·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R&D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R&D는 업종 · 규모 등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유연한 오픈 시스템(open system)이 돼야 합니다. "
▼중소기업 R&D 평가기관이 일원화될 경우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 R&D의 다양성이 무시되고 톱다운(top-down)방식의 획일화된 지원에 국한되게 됩니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또 산학연 협력사업을 통해 한국산학연협회에서 17개 지역협회,300여개 대학 · 연구기관의 중소기업산학연협력센터, 4320개 중소기업 회원 등을 기반으로 18년 동안 구축해 온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도 붕괴될 수 있습니다. "
▼오픈 시스템은 어떤 활동인가요.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연구기관,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오픈 혁신(open innovation)이 필수요소죠.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지 않은 기관에서 사업을 수행할 경우 현재와 같은 사업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궁극적으로 사업성과가 퇴색되는 결과를 나타낼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요. 대다수 중소기업 R&D 지원은 중소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형태지만 산학연 협력사업은 지식집단인 대학 · 연구기관을 통한 간접지원방식으로 동일한 평가기관에서 다른 R&D 사업과 동시에 추진할 경우 희석화,동질화될 수 있습니다. 산학연 협력사업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평가기관 일원화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까.
"현 정부에서는 2008년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부문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의 지속적인 축소를 통해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할 공간을 확대하는 정책입니다. 순수 민간기관인 협회에서 2005년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사업을 공공기관에 이관하는 것은 이런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죠.또 중기청의 R&D 평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타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로부터 매년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으며 많은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는 데 반해 협회는 별도의 국고보조금 없이 적은 인건비로도 효율적인 사업 집행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산절감 차원에서도 협회에서 산학연 협력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협력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을 꼽는다면."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은 중소기업,대학 및 연구기관과 같은 지식집단,중기청 및 지방청 등 중앙정부,지자체 등 참여 주체가 많아 상호 이해관계의 공정한 조율 및 협력이 중요한 사업 성공 요소입니다. 한국산학연협회와 같은 네트워크가 구축된 민간기관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만큼 중기청도 여러 사항을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