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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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 해군 제7함대를 주둔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이 지역 내 미국의 존재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이는 미국의 역할론에 힘을 실어준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미국의 역내 역할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최근 중국의 관영언론이 자국의 경제 성장 등을 이유로 미국에 대한 중국의 우월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미국의 경제 및 군사적 우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 20년간 중국 정부 대미(對美) 전략의 대부분은 미국을 자극시키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아시아 역내에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몰아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중국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아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을 점진적으로 몰아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골몰했다. 중국의 최근 대미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중국은 일시적인 '기회의 간격',즉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충돌과 불화를 이용하려 한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미국이 인권 문제 등으로 종종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과 충돌할 것으로 판단해 이들 국가의 집권층을 상대로 수년간 설득을 해왔다. 중국은 이들 나라에 부족한 물자를 보내는 등 경제 원조 및 군사적 지원에 나서며 역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둘째,중국은 기존의 미국 주도 안보 구조를 약화시키고 쓸모없게 만들기 위해 지역 안보 개념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왔다. 신(新)안보 개념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 개념은 21세기로 접어든 전환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모든 아시아 국가,특히 기존의 미국 안보 동맹국들과 함께 새로운 지역 내 다자 간 안보 협력을 지지해 기존에 체결된 미국의 양자 간 동맹관계들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최근 역내 국제 관계에서 '아시아화'를 자주 이야기한다.
셋째,중국은 미국의 일극주의 대신 세계의 다극화와 다자외교 시대를 주창하며 미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열린 '아세안+3(한 · 중 · 일) 회담' 등을 통해 미국을 포함하지 않은 지역 포럼들을 이용하려 한다. 지난 7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와 관련해 관련국들과 해결책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자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즉각 반발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는 오직 아시아 국가만으로 구성돼 중국의 야심과 부합된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서해 등에서 중국이 보여준 노골적인 힘의 외교는 일본과 한국,싱가포르와 같은 역내 주요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확고한 전략적 역할에 대한 기대만 증폭시켰다. 만약 이들이 중국에 반발한다면 미국 주도의 안보 동맹 강화와 아시아 역내 네트워크 확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존 리 美허드슨연구소 객원교수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존 리 미국 허드슨연구소 객원교수가 '동아시아 정상회의의 이해관계(The Stakes at the East Asia Summit)'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중국 정부 대미(對美) 전략의 대부분은 미국을 자극시키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아시아 역내에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몰아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중국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아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을 점진적으로 몰아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골몰했다. 중국의 최근 대미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중국은 일시적인 '기회의 간격',즉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충돌과 불화를 이용하려 한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미국이 인권 문제 등으로 종종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과 충돌할 것으로 판단해 이들 국가의 집권층을 상대로 수년간 설득을 해왔다. 중국은 이들 나라에 부족한 물자를 보내는 등 경제 원조 및 군사적 지원에 나서며 역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둘째,중국은 기존의 미국 주도 안보 구조를 약화시키고 쓸모없게 만들기 위해 지역 안보 개념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왔다. 신(新)안보 개념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 개념은 21세기로 접어든 전환 시점에서 나온 것으로 모든 아시아 국가,특히 기존의 미국 안보 동맹국들과 함께 새로운 지역 내 다자 간 안보 협력을 지지해 기존에 체결된 미국의 양자 간 동맹관계들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최근 역내 국제 관계에서 '아시아화'를 자주 이야기한다.
셋째,중국은 미국의 일극주의 대신 세계의 다극화와 다자외교 시대를 주창하며 미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열린 '아세안+3(한 · 중 · 일) 회담' 등을 통해 미국을 포함하지 않은 지역 포럼들을 이용하려 한다. 지난 7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와 관련해 관련국들과 해결책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자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즉각 반발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는 오직 아시아 국가만으로 구성돼 중국의 야심과 부합된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서해 등에서 중국이 보여준 노골적인 힘의 외교는 일본과 한국,싱가포르와 같은 역내 주요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확고한 전략적 역할에 대한 기대만 증폭시켰다. 만약 이들이 중국에 반발한다면 미국 주도의 안보 동맹 강화와 아시아 역내 네트워크 확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존 리 美허드슨연구소 객원교수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존 리 미국 허드슨연구소 객원교수가 '동아시아 정상회의의 이해관계(The Stakes at the East Asia Summit)'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