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계도 구애…이젠 'Made for China'

샤넬, 한자모양 귀걸이 컬렉션
BMW, 호랑이 새긴 車 한정 판매
佛와인 中행운숫자 8새겨 출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아니라 이젠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다. 콧대 높은 전 세계 명품업체들이 수년 내 세계 최대 명품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의 위력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중국인의 기호와 특성을 제품에 반영하는 맞춤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홍콩 소더비 와인 옥션에서 프랑스 보르도지역의 고급 와인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와인병에 한자로 숫자 '8(八)'을 새긴 2008년산 제품을 선보였다. 붉은색으로 '8'을 새긴 이 와인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8은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다. 8의 중국어 발음 '바'가 중국어 파차이(發財 · 재물이 생기다)의 첫자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붉은색 역시 중국인이 선호한다. 이날 경매에서는 1869년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 3병이 모두 중국계 인사에게 병당 23만달러(약 2억6000만원)에 입찰되는 등 중국인의 통 큰 소비력이 과시됐다.

스웨덴의 보드카업체인 앱솔루트도 지난 8월 한정판 제품 35만개를 중국에만 출시했다. 위스키 병엔 중국인 팝아트 미술가 가오위가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을 그려넣었다.

주류뿐만이 아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회사 에르메스는 최근 상하이에 있는 자사 매장에서 중국 현지 브랜드인 '상샤(上下)'를 선보였다. 명나라풍 의자와 도자기,보석 등 중국인이 좋아할 만한 물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자단목과 옻,몽골산 캐시미어 등 고가의 현지 재료로 만들었다.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 격인 실크 스카프는 이곳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는 'M3 타이거 에디션'을 중국에서만 250대 한정 판매했다. 올해가 호랑이해인 점을 기념,자동차 앞부분에 금색의 호랑이 그림을 새겼으며 오렌지색 스티치가 들어간 내부 가죽 시트가 특징이다. 샤넬은 올초 한자 모양을 한 귀걸이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클로에는 붉은색 고급 핸드백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서구 명품업체들이 자사의 전통 디자인까지 포기하고 중국 소비자만을 위한 한정판을 출시하는 것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명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 보석 시장이 전년보다 25%,고급차 시장은 50% 성장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