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을 바꾸는 100일…'산후조리'에 관한 오해와 진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출산을 하면, 짧게는 삼칠일(三七日), 길게는 100일 동안 특별한 몸조리 기간을 가졌다.

산모(産母)는 모름지기 찬바람을 쐬면 안 되고, 여름일지라도 내복을 입어 보온을 해야 하며, 마음대로 씻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산후풍(産後風)’에 걸려 평생 고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호주 등 서구 여성들은 출산 직후 찬물로 샤워를 하고 찬 음료를 마시며, 대부분 24시간 안에 퇴원해 일상생활로 돌아간다.

한국식 산후조리 방법에 대한 찬반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산모와 가족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산후풍’이라 불리는 출산후유증은 과연 실재하는 것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산후조리 수칙들은 모두 산모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SBS 스페셜'에서 밝혀봤다.

제작진은 ‘산후풍’ 환자들과 전국 56명 여성의 출산부터 100일간의 산후조리 기간을 밀착 취재하면서, 양한방의 다각적 검사를 통해 ‘산후풍’의 실체를 밝히고 각 산후조리 수칙들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여성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며, 그 변화 과정에서 산후조리는 여성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한국 여성에게 맞는 최적의 산후조리법은 무엇일까?

▶ 여름에도 내복 입는 한국 산모 vs 출산 직후 샤워하는 미국 산모

매일 30도가 넘었던 올여름에도 한국 산모들은 내복을 입고 뜨거운 방바닥에 드러누워 몸조리를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난 아만다(26세)는 출산 직후 얼음물을 마시고, 샤워를 한다.

그리고 출산 다음날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퇴원을 하는 아만다. 아만다만이 아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대부분의 서구 여성들은 출산 후 특별한 몸조리를 하지 않고 일상생활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산모들이 아프지 않으려면 꼭 지켜야 한다고 믿는 산후조리 기간과 수칙들은 시대착오적이며, 엄마에서 엄마로 구전된 미신인 것뿐일까?



▶ 한국식 산후조리, 한국만 하는 것이 아니다?! - 산후조리 세계지도 그리기

세계 각국 서로 다른 산후조리 방법을 취재하던 제작진은 지구 반대편 남미 과테말라에서 우리와 비슷한 산후조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테말라시티 은행에서 근무하는 미르나(30세)씨는 출산 후, 더운 여름이지만 겨울옷을 잔뜩 껴입고 담요에 모자까지 쓰고, 귀도 솜으로 막고 있다.

과테말라 뿐 아니라 남미와 아시아, 인도,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찬물을 마시면 안 되고, 산모의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는 등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칙들이 발견됐다.

▶ 전국 산모 56인의 출산 후 100일 밀착 취재

북미와 유럽, 호주를 제외한 많은 나라들에서 지켜지고 있는 산후조리 방법들은 과연 산모의 몸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제작진은 출산 후 특별한 산후조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수민(30세)씨와 황윤영(35세)씨, 그리고 한국식 산후조리를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하경미(35세)씨와 진선혜(32세)씨의 산후조리 기간을 밀착 취재했다. 그리고 전국 56명 산모들의 산후조리 수칙 수행정도와 3개월 후 건강상태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과연 산모의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되는 수칙은 무엇일까?

▶ 무엇이 미신이고, 무엇이 전통 속 과학인가?

지금까지 의학적 검증이나 연구가 시도되지 않았던 우리나라 전통 산후조리 방법들 가운데 오해를 걸러내고 여성의 평생 건강을 지키는데 효과가 있는 수칙들을 발견해 변화된 시대에 맞는 합리적 산후조리 방법을 찾아낸다.

검증 1> 찬 것을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이수민씨는 출산 직후 에어컨 바람도 쐬는 반면, 내복을 입고 땀을 빼는 하경미 씨.

산모에게 절대 금기시 되는, 찬물을 마시거나 찬바람을 쐬는 행동은 여성의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양,한방 전문가의 분석과, 적외선체열촬영 실험 등을 통해 출산 후 몸을 따듯하게 해야 한다는 수칙의 의학적 효과를 검증한다.

검증 2> 움직이지 말고 누워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양방 의사들은 늘어났던 근육의 회복을 위해 출산 후 걷는 것을 권한다.
오히려 누워 있기만 할 경우 혈전증 등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데,
그러나 산모는 단지 뼈와 근육만이 아니라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를 맞기 때문에
무리한 관절 운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출산 직후 산모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본다.

검증 셋> 씻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출산 다음날 씻으러 가는 황윤영 씨. 서구 여성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수칙이자,
여름에 출산한 한국 산모들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산후조리 수칙.
그러나 전통 문헌에는 실제로 출산 후 씻지 말라는 금기가 많은데.
출산 후 씻지 말아야 한다는 수칙은 과연 미신일까? 과학일까?

검증 넷> 미역국과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

한국식 산후조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세대 여성들도 미역국만큼은 꼭 챙겨 먹는다.

또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출산으로 허해진 산모를 위해 각종 보양식을 준비하는데, 그러나 미국 여성은 출산 후 감자튀김이나 콜라, 햄버거를 먹는다.

출산 후 여성에게 미역국은 어떤 역할을 하며, 가물치 등 보양식은 꼭 필요한 것일까?

▶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산후조리의 가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남미에 존재하는 산후조리 문화는 의학적 효과 외에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세계 각국 산후조리 문화를 지난 40년 간 연구해 온 크럭만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시아의 산후조리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산모를 배려하는 문화 속의 정서적 효과가 산후우울증을 감소시킨다는 것.

출산 후 100일이라는 기간은 여성의 몸과 마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특별한 기간이다.

최적의 산후조리법을 소개하는 'SBS 스페셜-산후조리의 비밀'편은 오는 7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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