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원천리에서 대규모 백제 취락유적 발견

[한경속보]강원도 화천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북한강 구간에서 3~4세기 경의 대규모 백제 취락 유적이 발견됐다.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기관인 예맥문화재연구원(원장 정연우)은 3일 화천 하남면 원천리 일대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갖고 “지난 5월부터 발굴조사를 한 결과 지금까지 청동기시대부터 한성백제기에 이르는 265기의 유구를 확인했다”며 “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의 유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 북한강 상류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한성백제기의 대단위 취락유적”이라고 밝혔다.현재까지 확인된 유구는 청동기시대 주거지 23기,석관묘 1기,철기(원삼국)~삼국시대(한성백제) 주거지 120기,수혈유구 120기,구상유구 1기 등이다.이중 일부 주거지는 화재로 폐기되면서 벽체로 사용된 판재와 가구 부재들이 고스란히 출토돼 당시 가옥구조를 복원하는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유구란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이며,수혈유구는 땅 표면에서 아래로 파 내려간 구멍으로 고대인들이 주거지로 이용하기도 했다.

주거지와 수혈에서는 각종 토기류와 금속유물,유리제품,곡물 등이 확인됐다.토기류는 경질무문토기보다 타날문토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복원 과정을 거쳐야 기종을 명확히 판별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또 주거지와 폐기장으로 추정되는 일부 구덩이에서는 인골 조각과 짐승뼈도 나왔고,팥으로 추정되는 곡물도 출토됐다.

특히 광구단경호·무뉴식뚜껑·흑색마연토기·직구호류·고배 등 한성 백제기 유물이 많이 출토된 점은 백제 전기의 동쪽 경계를 획정할 수 있는 결정적 자료이며,한성에서 유행하던 중앙 양식의 토기가 지방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획기적인 자료라고 연구원은 평가했다.철제괭이·U자형 삽날·쇠낫 등 농기구와 쇠도끼·쇠화살촉 등의 무기류,등자·재갈 등의 마구류도 확인됐다.특히 마구류와 철제 찰갑(비늘갑옷) 조각이 출토된 것은 한반도 중부 지방에서는 드문 경우로 북방으로부터 전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구류·갑옷류의 기원과 전파 과정 연구의 중요한 자료라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연구원 관계자는 “발굴된 주거지의 구조와 출토 유물들을 종합해 보면 원천리 유적은 기원후 3~4세기 경의 마을로 판단되며,한성 백제기 초기에 북한강 상류 지역까지 진출해 직접적인 지배 영역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대단위 취락”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