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도 "아파트 싫으니 돈으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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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진달래 1차 조합원들 승소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고 현금보상을 받기 위해 전례 없는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예전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사업 자체가 장기화돼 이자 비용을 따지면 당장 현금을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부동산 불경기가 '황금알'로 통해온 강남 재건축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공사기간 길고 분담금 늘어
부동산 불황에 '황금알' 옛말
소규모 단지서도 유사소송
◆조합원,"재건축 사업 불투명"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부장판사 이규진)는 최근 최모씨 등 서울 도곡동 진달래 1차 아파트(신축기준 전용면적 59~106㎡) 조합원 20명이 조합을 상대로 낸 청산금 소송에서 "조합은 감정평가대로 5억~9억원의 청산금을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372채 규모인 진달래 1차 아파트는 2007년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이듬해 3월 조합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았다. 최씨 등은 분양신청을 했다가 2008년 8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 부담금의 규모조차 불분명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분양신청을 철회하거나 계약 체결기간(2009년 7월10~17일) 동안 계약을 맺지 않았다. 조합은 "정부의 고강도 투기방지정책 시행과 건축비 상승 등으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현금 청산을 원하는 조합원이 많으면 조합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져 사업도 중단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청산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최씨 등은 법원을 찾았다.
진달래 1차 아파트에는 이들 20명 외에도 추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조합원들이 있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재건축 사업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아파트는 건물이 철거됐으나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연말에 착공한 후 재판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황금알' 옛말 되나
재건축 조합원은 일반 분양 절차에 앞서 신축 아파트를 싸게 분양받는 데다 향(向)과 층(層)이 좋은 아파트를 배정받는다. 특히 강남 재건축은 신축 후 웃돈이 억대로 붙는 경우가 많아 과거 '로또'로 통했다.
진달래 1차 아파트 재판을 담당한 이규진 부장판사는 "돈이 급해 현금으로 청산받으려는 경우는 있어도 강남 재건축에서 사업성이 없어 청산받겠다는 소송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일부 소규모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강남 재건축이 이제 '황금알'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씨 등을 대리한 법무법인 우면의 박영래 변호사는 "사업비용이 점점 불어나고 있어 조합원 최종 분담금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근 신축 아파트에서 40평형을 13억원 정도에 살 수 있는데 진달래에서는 분담금과 기존 집값(권리가액) 등을 합치면 해당 액수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요즘 지방에서는 한 단지에서 70% 안팎의 재건축 조합원들이 현금 청산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재건축 청산금 소송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