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삼성·소니를 넘어섰던 아이리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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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과 싸우는 법 | 이기형 지음 | 링거스그룹 | 336쪽 | 1만4000원레인콤의 '아이리버'는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MP3 플레이어다. 레인콤은 창업 4년 만에 국내 시장의 70%,해외 시장의 25%를 차지했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도 넘보지 못했던 '거인' 소니의 벽을 넘어서 이룬 성적표다.
레인콤은 2003년 말 10만5200원(액면가 500원)이라는 기록적인 주가로 코스닥에 상장했고,창업자인 양덕준 대표의 주식 평가액은 1600억원에 달했다. 말 그대로 '아이리버 신화'였다. 하지만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힘든 법.레인콤은 아이팟을 들고 나온 또 다른 거인에게 결국 무릎을 꿇는다.
《거인과 싸우는 법》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양 대표가 병상을 찾아온 저자에게 들려준 파란만장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초창기 레인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하청업체로서 누릴 수 있는 안정적인 기득권을 포기하는 대신 혁신적 디자인을 무기로 대기업과 정면 승부를 펼치는 장면에서는 통쾌함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성공 스토리만 담고 있지 않다는 것.큰 성공에 따른 자만부터 새로운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여과없이 전해준다. 기업 이야기인데 안타까움에 더해 잔잔한 감동까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우리 모두 저마다 '거인'과 싸우고 있고,레인콤 같은 실수와 오류를 얼마든지 범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