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日 엘피다 감산 호재…"IT, 주도株 복귀는 아직 일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업체 주가가 장중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감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라면서도 증시에서 주도주 자리를 되찾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4일 니케이신문에 따르면 엘피다메모리는 2년만에 D램 감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엘피다메모리가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PC 판매 둔화로 D램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또 엘피다메모리가 대만 신공장건설 계획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르면 내년 일본 국내 히로시마 공장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휴대정보단말용 반도체 전용공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에 힘입어 오전 10시57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1만9000원(2.57%) 오른 7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하이닉스도 5%대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이민희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엘피다의 정확한 감산 규모가 추후에 발표되야 알겠지만 감산을 하는 자체보다 그 배경이 중요하다"며 "D램 가격이 현재보다 더 떨어지면 엘피다메모리가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시장에 시사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주력제품인 DDR3 1Gb 128Mx8 1333㎒의 10월 하반기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같은 달 상반기 평균 1.81달러보다 15.66% 하락한 1.53달러를 기록했다.

이 연구원은 "D램 가격이 엘피다의 손익분기점(1.7달러)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분기 적자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노근창 HMC투자증권 기업분석팀 팀장도 "엘피다가 감산을 발표한 것은 현재 D램 가격에서는 흑자를 내기 힘들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노 팀장은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범용(Commodity) D램 비중이 40%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며 "이에 따라 엘피다 감산이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IT(정보기술)주가 주도주 자리를 되찾았다고 보기엔 아직 섣부르다는 분석이 우세했다.이 연구원은 "IT주가 주도주로 복귀했다고 보기 보다는 그동안 조정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며 "내년 1분기부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IT주의 의미있는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팀장도 "PC 수요에 대한 확신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IT주의 추세적인 상승을 점치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PC 가격이 되살아나고 D램 수요가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돼야 의미있는 반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IT주가 이미 주도주로 복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IT 주가가 하루만 더 오르면 주도주로 복귀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1~2분기부터 실적이 변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가는 봄 되기 전에 의미있는 변화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