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술품 경매시장 활기…이틀새 5500억원 몰렸다

소더비·크리스티 낙찰률 상승
모딜리아니 작품 765억 최고가
미·중동 등 '슈퍼 리치' 매입
해외 '미술품 큰손'들이 인상파 대가와 근대 화가들의 희귀 작품을 경쟁적으로 매집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3~4일(한국시간) 뉴욕에서 연 인상주의 및 근대 화가 작품 경매 결과 모딜리아니를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앙리 마티스,앙드레 드랭,빈센트 반 고흐,구스타프 클림트 등 대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팔리면서 총 4억9600만달러(약 5490억원 · 낙찰률 77%)의 '뭉칫돈'이 몰렸다. 두 회사의 뉴욕 경매에서 100만달러 이상에 팔린 작품은 86점이나 됐고 낙찰률도 작년보다 상승했다.

크리스티는 4일 록펠러플라자 경매장에서 85점 중 68점을 팔아 낙찰률 80%,낙찰총액 2억314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람의 등을 묘사한 앙리 마티스의 브론즈 부조작품 '벌거벗은 등'이 4880만달러(540억원 · 수수료 포함)에 팔려 최고가를 세웠다. 스페인의 입체파 화가 후안 그리스의 1913년 작 '바이올린과 기타'는 추정가보다 높은 2864만달러(316억원 · 수수료 포함),후앙 미로의 1938년 작 유화 '공기'는 1033만달러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단순한 명암이나 명쾌한 색채로 대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프랑스 화가 페르낭 레제의 작품도 줄줄이 낙찰되며 유망주로 부상했다. 레제의 작품 '차 한잔'이 816만달러에 팔린 것을 비롯해 '붉은 바닥 위의 여인,앉아있는 여인'(635만달러) '죽은 자연'(792만달러) 역시 고가에 낙찰됐다. 또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의 '길'(108만달러),피사로 카미유의 '정원의 식탁에 앉은 아이들'(344만달러),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센'(512만달러) 등 42점이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앞서 소더비 경매에서는 288점 가운데 212점이 거래돼 낙찰률 74%를 기록했다. 모딜리아니,마티스 등 대가의 수작들에 힘입어 2억6360만달러의 매출이 이뤄졌다. 이 경매는 세계경제 위기가 진정되면서 큰손들이 미술시장에 돌아오고 있음을 입증하듯 활발한 거래 속에 작품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드화 '소파에 앉은 누드'가 추정가 4000만달러보다 1.6배 높은 6900만달러(약 765억원)에 팔려 모딜리아니 작품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1999년에 1680만달러에 거래된 것으로 11년 만에 4배의 수익을 냈다. 모딜리아니의 또 다른 작품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르느'도 추정가 (900만~1200만달러)를 크게 웃돈 1910만달러에 낙찰됐다. 1998년 경매에서 990만달러에 낙찰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은 2472만달러,앙리 마티스의 작품 '안락 의자에 앉은 무희'는 2080만달러 등 수작 44점이 100만달러 이상에 팔렸다. 국제 경매시장에서 미술품들이 이처럼 초고가에 팔리는 것은 미국 중국 러시아 중동 등의 새로운 '슈퍼 리치'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근대 미술가들의 작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매수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현장을 지켜본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인상주의 및 근대 화가 경매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10여개국의 컬렉터들이 거장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바람에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다"며 "최근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국제 미술시장이 더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